미디어가 된 공간

[스페이스 리그램] ⑨ 나를 표현하는 자유의지의 집합 장소 '독립서점'
©yourmind
글. 김은산  자료.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유어마인드, 고요서사, 맥널리 잭슨

 

‘기억극장(아트북스, 2017)’, ‘애완의 시대(문학동네, 2013)’, ‘비밀 많은 디자인씨(양철북, 2010)’ 등을 통해 사회적인 분석과 미학적인 시선이 교차하는 영역에서 작업해온 김은산 작가가 ‘스페이스 리그램space regram’이라는 연재로 <브리크brique> 독자와 대화의 문을 엽니다. 인문학과 영상문화이론을 전공한 그는 인문서점 운영과 사회주택 기획, 지역 매체 창간 등을 통해 공간과 사람을 매개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한 컷의 사진을 매개로 도시인의 일상을 돌아보는 그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짧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기대합니다.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선례를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일본의 ‘츠타야 서점’을 꼽는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출발한 이 공간이 어떤 영감을 주었던 것일까. 츠타야 서점을 창업한 마스다 무네아키는 한 인터뷰에서 ‘서점이 서점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바있다. 매우 단순하지만 수수께끼 같은 이 한마디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쿄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Nacasa & Partners

 

1983년 마스다는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히라카타시역 앞에 츠타야 1호점을 냈다. 서점은 책과 잡지, 음반 판매에 영화 비디오 대여를 겸하며 밤 11시까지 영업을 하며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츠타야 서점은 성장을 거듭했고, 2011년 도쿄 다이칸야먀에 복합문화공간 다이칸야마 티사이트를 열며 서점의 미래와 복합문화공간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츠타야는 서점이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개인과 취향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장소이자 플랫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미디어로서 공간의 의미가 부각되는 최근의 흐름과 연결되는 것 같다. 단순히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에서 편집과 큐레이션이 중요해진 미디어의 변화는 공간 기획과 구성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츠타야 서점은 책이라는 콘텐츠에 라이프 스타일을 접목하여 서점을 편집숍이자 큐레이션 공간으로 활용한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내부 ©Nacasa & Partners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내부 ©Nacasa & Partners

 

한국의 경우 소셜미디어의 성장과 함께 모두가 발신자가 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2010년 중반 이후 독립서점의 성장을 가져왔다.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책으로 만드는데 두려움 없는 개인들, 다양한 문화적 경험과 욕구를 표현하는데 자연스러운 개인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 개인들의 달라진 삶의 매뉴얼을 읽어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을 제공하는 공간이 독립서점인 것같다.

도로에서 떨어진 한적한 골목 어딘가, 지하철역에서 내려 한참 걸어야 하는 언덕 길모퉁이에 언젠가부터 독립서점이 들어서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 이야기를 만들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 순례의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독립서점은 속도와 효율성의 경제 논리로 재편되는 도시 공간에서 상실되어가는 장소성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해방촌에 위치한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1호점 ©storagebookandfilm
연희동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yourmind
해방촌 독립서점 ‘고요서사’  ©goyobookshop

 

최근 뉴욕타임즈는 팬데믹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독립서점에 대한 분석기사를 실었다.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미국의 소매서점들은 매주 1곳 이상이 문을 닫을 정도로 전망이 불투명했지만 최근 미국 전역에서 300여 개의 독립서점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니라 백인들이 소유한 특징 없는 일반 서점 대신 아시아, 라틴, 흑인, LGBTQ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소개하는 전문 서점들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점들은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연결과 접촉의 중심으로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상황도 한국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은 더이상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 스스로를 대표하고 싶어 하고, 그럴 수 있는 언어와 그런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공간을 원한다. 독립서점은 그런 시대의 분위기를 전하는 미디어 그 자체인 것 같다. 새로운 흐름과 의지들이 모이는 장소이자 교차점으로서.

 

뉴욕 소호거리의 대표적 독립서점 ‘맥널리 잭슨’ ©Mcnally Jackson 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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