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툴스디자인사무소가 말하는 ‘키친툴’

[Story] ‘키친툴 & 툴스 빌딩’의 운영과 전략에 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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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박지일 자료. 리툴스디자인사무소 

 

① 더나은 일상을 판매하는 곳 — ‘키친툴 & 툴스 빌딩’ 공간 이야기
② [Architects] 리툴스디자인사무소가 말하는 ‘키친툴’ – ‘키친툴 & 툴스 빌딩’의 운영과 전략에 관한 모든 것

 


 

키친툴은 대구 출신의 세 남매가 운영하는 가족 회사다. 평소 주방도구에 관심이 많던 첫째가 직장을 그만두고 대구 시내에 작은 매장을 마련해 당시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둘째와 합을 맞춰 주방도구를 셀렉한 것이 키친툴의 시작이었다.  건축을 전공한 둘째 김태연 씨는 함께 건축을 공부하던 남편 김정섭 씨와 매장 전체 디자인을 비롯해 사옥 설계를 총괄했다. 이후 막냇동생이 합류해 통관과 물류를 담당하면서 어엿한 기업으로서 체계를 갖추게 됐다. 반지하 매장에서 출발해 사옥과 쇼룸에 이르게 된 키친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정섭(왼쪽), 김태연 리툴스디자인사무소 소장 ©BRIQUE Magazine

 

키친툴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김태연ᅠ키친툴은 원래 다른 곳에서 지금보다 작은 매장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에서 설계사무소를 운영할 계획이었는데요. 지금 건물을 키친툴의 새로운 매장으로 리노베이션하면서 예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언니와 동생이 모두 대구에 있었기 때문에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저도 대구에 자리를 잡게 됐죠.

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보통 번화가에 매장이 있기 마련인데요. 평범한 주택가인 이곳에 자리 잡게 된 배경도 궁금합니다.

김태연ᅠ최근 들어 카페와 음식점이 많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정말 평범한 골목이었습니다. 당시 키친툴은 온라인을 겸하는 매장이었기 때문에 조용한 곳에 있어도 운영에 큰 지장은 없겠다 싶었습니다.

 

©Kyung Roh

 

쇼룸이 들어설 1층은 이전에 카페로 운영했다고요.

김태연ᅠ맞습니다. 4년간은 지하에 매장을 두고 1층을 카페로 운영했습니다. 키친툴에서 판매하는 제품들과 핸드메이드 글라스, 한국 작가들이 만든 식기류에 음료와 디저트를 담아 판매했죠. 취지도 좋고 반응도 좋았지만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심사숙고해 준비한 서비스를 가볍게 여기는 고객도 많았고요. 한편 판매 증대를 위해 지하 매장에서 전문가 강연이나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참여는 활발했지만 매장이 협소해서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카페는 영업을 종료하고 그 공간을 쇼룸으로 바꿔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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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노베이션과 더불어 새로 사옥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태연ᅠ수입한 재고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건물을 새로 지어 업무공간과 물류창고로 활용하고 가능하다면 임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4층 규모의 신사옥은 1층은 제품 상하차를 위한 필로티, 2층은 택배 물류 처리 공간, 3층은 창고, 4층은 온라인팀 사무실로 활용 중입니다. 옥상에는 아웃도어 키친을 염두에 두고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결국 신사옥은 온라인 물류 및 사무공간으로만 활용하는 셈인데, 더 적극적인 활용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요?

김태연ᅠ층별로 구분해 임대하면 충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경우 디자인이 좀 더 강조됐어야 하고, 창고로만 활용할 예정이었다면 창을 많이 내거나 디자인이 돋보일 필요도 없겠죠. 애초에 하나의 목적으로만 계획했다면 그에 충실한 건물을 만들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조금 아쉬움이 남아요. 계획 당시 임대를 고려했던 곳은 현재 물류창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임대를 위해 창을 많이 배치했는데 그런 곳마저 물건들이 쌓여 있으니 밖에서 봤을 때 깔끔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다소 아쉽습니다.

 

운영적인 측면과 디자이너로서의 작업은 항상 괴리가 있기 마련인 것 같아요. 사옥을 계획했을 당시 가족들은 어떤 구성과 프로그램을 요청했나요?

김태연ᅠ파사드 디자인과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면 물류를 배송할 택배 차량이나 컨테이너 등의 동선을 고려해 차량 이동이 용이하도록 하거나, 날개차라고 불리는 윙바디 차량이 건물로 진입해 물류 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했죠. 그런 요청들을 일일이 반영해 세심하게 디자인을 조정해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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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의 붉은색 타일과 곡선으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덩어리에는 어떤 의도가 담겨 있나요?

김정섭ᅠ건축가로서 평소 모자이크 타일을 꼭 한번 써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우리 건물이 주변 건물과도 조화를 이뤘으면 했어요. 우리나라는 과거 외벽에 타일을 많이 썼지만 최근에는 잘 활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대로 된 타일 작업자를 구하기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최초 외장재로 계획했던 타일은 미국에서 만든 수제 타일이었어요. 건물에 반영하기 위해 견적을 냈는데 저희가 착오로 뒷자리 0 하나를 잘못 본 거죠. 일반 한국 타일에 비해 4~5배는 비싸 결정 후에 급하게 외장재를 변경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다만 일부라도 사용하고 싶어서 오픈할 쇼룸 벽면을 그 타일로 꾸몄죠. 엘리베이터가 위치하는 코어 부분의 붉은색 타일은 원래 옥색 타일로 계획됐던 부분이에요. 빛의 각도에 따라서 색이 달라지고 자기류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키친툴의 성격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대체품을 구할 수가 없어서 현실에 맞게 붉은색 타일을 사용하게 됐죠.
김태연ᅠ파사드 부분의 곡선 콘크리트 덩어리는 조경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삭막한 도시 풍경을 바꿔보고자 의욕적으로 작업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Kyung 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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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전략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겠습니다. 제품을 큐레이션하는 기준이 있나요?

김태연ᅠ일상 전반에서 오래 믿고 쓸 수 있는 도구를 소개하는 것이 기본 모토입니다. 다음 세대가 물려받아 그대로 사용해도 손색없는 퀄리티를 추구하죠. 취급품 대부분은 오리지널 제품이에요. 프라이팬의 경우 마트에서 1~2만 원 정도의 제품을 사서 몇 년 쓰다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나 장인들이 철판을 만 번 이상 두드려 만든 프라이팬은 다르죠. 저희가 다루는 물건은 대형 마트나 다이소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과는 많은 차이가 있어요. 키친툴은 그러한 차이를 아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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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더라도 좋은 제품만 판매하겠다는 전략은 모험일 수도 있었을 텐데요.

김태연ᅠ살림을 해본 사람이라면 제품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키우며 보다 지속가능한 생활을 추구하거나 건강하게 한 끼 잘 챙겨 먹고자 하는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이 있었죠. 평범한 제품 두세 개보다 제대로 된 제품 하나를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제품에 따라 1%가 될 수도 있고 99%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초반에는 예측이 어려워 강연이나 클래스, 시식회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죠. 실제로 판매하고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을 일정 기간 사용하고, 후기로 소개해 그것이 판매로까지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무척 소중한 경험입니다. 물건에 대한 저희의 신념을 인정받은 셈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키친툴이 생각하는 좋은 제품이란 무엇인가요? 또 좋은 제품은 어떻게 판가름하나요?

김태연ᅠ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헤리티지가 없는 브랜드라 하더라도요. 가령 냄비의 경우 그립감이나 무게, 마감 상태나 물을 따르는 각도 등 실사용자의 입장에서 여러 부분을 고려하죠.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질이 좋지 않거나 나름의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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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발굴하고 수입해서 판매까지 이뤄지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김태연ᅠ일본이나 유럽의 전통 있는 브랜드는 박리다매보다 좋은 곳에서 제대로 팔리기를 원해요. 그런 의도를 잘 파악해서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값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초기에는 일본 제품이 90%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유럽이나 미국의 제품들도 많이 다루고 있죠. 숨어있는 좋은 제품을 찾는 노력 또한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국내외에서 열리는 수많은 페어에서 주로 정보를 얻죠. 좋은 제품을 발견하면 회사에 샘플을 요청하고 직접 사용해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브랜드 측에서도 이런 진정성을 많이 알아봐 주고 있습니다.

 

키친툴을 비롯해 새로 오픈할 쇼룸의 가구 디자인도 직접 했다고요.

김정섭ᅠ맞습니다. 처음에는 제품 디스플레이를 우선 고려해 디자인했다면 지금은 작업의 범위가 많이 확장됐죠. 쇼룸의 쿠킹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목재로 만든 수납장은 모두 저희가 직접 디자인한 것들입니다. 설계는 자체적으로 하고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목공업체를 찾아 제작을 맡겼죠. 규모가 작더라도 판매하는 제품을 비롯해 공간을 이루는 가구까지 볼거리 많은 매장을 바랐던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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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 앞의 정원이 참 근사해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요?

김태연ᅠ이전에는 소규모 마켓을 종종 개최하곤 했습니다. 숨겨진 셀러들과 함께 좋은 제품들을 판매해 회를 거듭할수록 좋은 반응을 얻었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이전처럼 마켓이나 쇼룸과 연계한 워크숍 등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김정섭ᅠ그릇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원에 모여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길 바랐습니다.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도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이런 공간이 동네 밖에도 많이 생겼으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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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계속 대구에만 머물러 있을 계획인가요?

김태연 현재로선 대구에 머물 예정입니다. 운영에서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는 것입니다. 매장을 전국적으로 늘릴 계획은 아직 없으나 좋은 기회가 있다면 팝업은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김태연 ‘툴tool’은 확장하고 접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단어입니다. 키친툴을 넘어 가든툴, 캠핑툴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죠. 향후 여러 분야에서 다룰 수 있는 도구들을 취급할 계획입니다. 키친툴은 앞으로도 좋은 퀄리티의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리툴스디자인사무소는 공간에서 다룰 수 있는 다채로운 작업들을 통해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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