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건축사사무소 | 이주한 대표

[QnA] '밝은 다세대주택' ③ 지속가능한 집 짓기
ⓒMAGAZINE BRIQUE
글. 김윤선  자료. 피그건축사사무소

 

ⓒKyung Roh

 

‘밝은 다세대주택’은 경기도 안산의 주택가에 위치한 10세대의 원룸과 1세대의 주인집으로 구성된 다세대주택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 빨간 벽돌집에는, 건축가의 경험에서 비롯한 집에 관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거주자의 삶의 질과 공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6가지의 설계 키워드는 다세대주택이 가진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며 집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1편에서는 집의 시작과 목적,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2편에서는 집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6개의 특별한 설계 키워드에 관해 들어보았다. 3편에서는 집이 지어지기까지의 숨은 이야기와 ‘밝은 다세대주택’이 갖는 집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피그건축사사무소의 이주한 건축가 ⓒBRIQUE Magazine

 

집의 고충 : 제대로 짓기

모든 집이 그렇듯, 집이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사실 마감재에 돈을 넉넉하게 쓰지 못했어요. 스킵 플로어 구조인 데다, 주차장을 자주식 주차로 계획하다 보니 공사비가 많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구조가 어려워지면 철근 두께도 두꺼워지고 양도 많이 들어가요. 공사할 때 주변 분들이 이 집은 벙커를 짓느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웃음) 하지만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서라도 품질이 높은,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소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재료를 무척 효율적으로 선택했어요. 벽돌은 가격이 제일 저렴한 국산 점토 벽돌로, 지붕은 아스팔트 싱글로 마감했어요. 내부도 간결하게 마무리했습니다. 화려한 집은 아니지만, 집 안에서 일어나는 ‘삶’에 집중했죠.

 

ⓒKyung Roh

 

공사기간이 예상보다 많이 늘어났다고 들었어요.

이 동네에서 이 정도 면적으로 집을 신축할 때 보통 공사 기간을 4~5개월 정도 잡아요. 하지만 이 집은 구조가 복잡해서 콘크리트 골조 공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걸 고려해서 6~7개월 정도로 예상했는데, 결국에는 1년이 걸렸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많이 늘어났어요. 그리고 제가 자주 현장에 가서 꼼꼼히 감리하니까 기간이 더 길어진 거 같기도 해요. (웃음)

 

ⓒBRIQUE Magazine

 

공사기간 연장이 전체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공사 기간을 제때 맞추지 않으면 모두가 손해를 봐요. 시공사, 건축가, 건축주 모두요.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 기간이 늘어나도 추가 공사비를 받을 수 없으니 손해를 메꾸기 위해 더 저렴한 재료를 쓰려고 할 수 있죠. 그렇게 되면 시공 디테일이 떨어져서 전체적인 집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요. 건축가 역시 감리비는 정해져 있는 데 감리 기간은 늘어나니까 그만큼 손해를 입죠. 건축주 또한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진행하면 이자가 계속 나가야 하니까 늦어진 만큼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고요. 결국 공사 기간을 맞추는 건 모두의 역할이자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BRIQUE Magazine

 

집의 미래 : ‘공간의 품질(品質)’을 생각한 집 짓기

‘밝은 다세대주택’의 중요한 키워드를 꼽아본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떠올렸던 키워드는 ‘공간의 품질’인 것 같아요. 공간의 품질. 그리고 ‘다세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다세대주택이 우리나라에서 무척 흔한 주거유형인데 그 속에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삶의 무대인 집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그동안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건축가가 설계한 집이 거주자의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공간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정해진 예산 안에서 놓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새로 지은 집에 ‘신축 프리미엄’이라는 게 있는데, 이게 ‘새 자재’를 썼다는 점, 그거 하나거든요. 하지만 2년이 지나면 자재는 낡아지고, 옆에 새집이라도 생기면 신축 프리미엄은 바로 없어져요. 그런 면에서 ‘밝은 다세대주택’은 신축 프리미엄보다는 ‘공간의 품질’에서 승부수를 본 집이니, 10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고 주변에 새로운 집이 들어서도 사업적인 매력이 줄어들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지속가능한 집이 될 수 있어요.

 

ⓒBRIQUE Magazine

 

‘밝은 다세대주택’이 사람들에게 어떤 집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세요?

다세대주택은 임대나 분양을 위한 집이기에, 근본적으로 건축가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어요. 사업성이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더 강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은 다세대주택’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세심하게 고민했던 집이라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밝은 다세대주택’은 겉모습만 봐서는 지극히 평범해요. 조형적으로 화려한 집도 아니고 특별한 재료를 쓰지도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집이고, 여기에 사는 사람에게 어떤 환경을 제공하려고 했는지 고민과 노력이 스민 집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말한 6가지 키워드가 모든 다세대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해결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현재 우리 주거 환경에서 큰 비중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유형인 다세대주택을 설계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Kyung Roh
ⓒKyung Roh

 

You might also like

건축에도 올드머니룩Old Money Look이 있을까?

[정해욱의 건축잡담] ⑩ 정통과 퓨전의 변증법에 관하여

스테이 창업 전, 반드시 두드려보아야 할 돌다리 ‘스테이 스쿨’

스테이 스쿨 강사진으로부터 미리 들어보는 생존 전략

일상의 웰니스 라이프 큐레이터에게 묻다

[Wellness Lifestyle] ⑧ Life Curators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

[Portrait] 호텔을 만드는 사람 한이경

‘왜 홀리스틱 웰니스인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Interview] 상하 리트릿 CCO & 총괄 건축가 — 캘빈 싸오Calvin Tsao

짓기 전에 꼭 넘어야 할 스무고개가 있습니다

[다시 만난 브리크의 공간] ① 서교동 카페 ‘콤파일Compile’ 황지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