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바타유의 반건축적 사유, ‘반건축’ 출간

에디터. 김지아  자료. 열화당

 

“태초로부터 인간의 질서는 건축의 발전에 지나지 않으며, 건축적 질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약 우리가 건축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이자 사상가인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철학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반건축: 조르주 바타유의 사상과 글쓰기’(이하 ‘반건축’)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바타유 연구서로, 그의 반건축적 사유에 대해 심도 있게 살피는 책이다.

 

<사진 제공 = 열화당>

 

포스트구조주의, 해체주의, 페미니즘의 맥락에서 주로 언급되어 온 바타유는 건축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인물이지만 그의 사상을 전개함에 있어 ‘건축’의 개념을 사용한 바 있다.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이론에서처럼 건축의 기능과 역할, 가치에 대해 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서구적 사유의 전통과 담론 체계를 건축과 연관 지어 조명하면서 그것을 이루는 건축적 특성을 논하고, 그 한계를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건축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반건축’은 그의 사상과 글쓰기를 지향하는 말이자 개념이면서 은유로서의 건축을 향한 비판을 함축한다.

바타유에 따르면 “건축은 사회의 실체를 표현하는 것이며, 초월적 실재를 표상하는 기호”다. 하지만 “건축은 동시에 사회의 실체를 은폐하기도 한다. 건축은 사회 질서를 반영,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질서를 수호하고 구성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사회를 지속하고자 하는 욕망은 건축에 의지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책 또한 건축과 많은 점에서 유사성을 지닌다는 데 주목한다. 양자 모두 지식 권력의 등가물로서 닫히고 완결된 체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컨대 중세 고딕 성당은 지식의 논리 체계를 가시적으로 보여준 ‘돌로 된 책’이었다.

바타유는 이 책에서 건축으로 상징되는 체계적인 이론, 즉 철학이라는 학문을 거부하고 저항하는(반건축적) 방편으로 문학을 제시한다. 그의 이야기는 완결된 서사와 구조에 집중하기보다, 문학과 철학에서 금기시해 온 비정형의 것들이 모인 자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게 바타유의 글쓰기(문학)은 집짓기(건축)에 대립하는 대안적인 수단이자 철학(구축)에 저항하는 방식이 된다.

한편 그의 반건축적 사유는 철학으로 대표되는 서구의 학문 체계와 논리 모델로서의 건축이 지녀온 지위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기도 한다. 논리와 체계를 견지하는 한 철학과 학문은 구축적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리성으로 규정이 불가능한 타자성이나 이질성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시대에, 이성이 지배하는 질서의 닫힌 체계에 끊임없이 저항하고자 한 바타유의 사유는 그 자체로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반건축’은 실체로든 관념으로든 건축에 관해 ‘다른’ 이야기를 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건축을 향한 무조건적 긍정을 전제로 작업하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의 일과 실천에 대해 되돌아볼 계기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도서명.
반건축反建築: 조르주 바타유의 사상과 글쓰기

저자.
드니 올리에

역자.
배영달, 강혁

출판사.
열화당

발행일.
2022년 4월 20일

판형 및 분량.
148 x 215mm, 416쪽

가격.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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