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앞둔 서울 힐튼호텔 40년 기록집, ‘힐튼이 말하다’ 출간

에디터. 김태진  자료. 컬처램프

 

<사진 제공 = 컬처램프>

 

서울 남산 곁에서 40여 년 시간을 지켜온 서울 힐튼호텔이 지난 2022년 12월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 서울 힐튼호텔은 서울시가 발표한 재개발 변경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덩그러니 남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예정이다.

신간 ‘힐튼이 말하다’는 이제는 사라진, 그리고 남은 공간마저도 곧 사라질 서울 힐튼호텔에 관한 기록집이다. 건축사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 그리고 보존을 위한 대안과 노력들을 담았다. 또한 서울 힐튼호텔의 건축 과정과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 풍경, 공간에 담겨있는 여러 가지 사연들, 영업 종료를 앞둔 시기의 순간들을 모았다. 건축 초기 청사진부터 실시설계 도면까지 충실하게 실어 기록집으로서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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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힐튼호텔의 철거가 결정될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건축사적 보존가치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이벤트와 비즈니스의 주된 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장소성 또한 남달랐기 때문이다. 한 건축학과 교수는 ‘신라 범종을 녹여 가마솥을 만드는 것’과 같은 행위라면서 철거 계획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건물의 건축사적 의의는 동시대 지어진 한국 현대건축물 중 독창적인 설계와 건축 철학을 지닌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설계자인 김종성 건축가는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표준을 만들어낸 건축가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의 제자였는데, 명성에 걸맞은 그의 디자인은 당시 대형 빌딩의 주류였던 일본풍에서 탈피해 호텔을 글로벌 수준의 디자인으로 끌어올렸다 평가를 받았다.

서울 힐튼호텔은 개관 첫 해, 국제의원연맹회의(IPU)의 개최 장소였고,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민정당 대선 후보로 지명된 곳이었다. 1997년 김대중, 김종필의 ‘DJP연합’의 주요 협상 무대였으며, 1992년에는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 내외의 공식 방한을 기념하는 관련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준공 당시 서울 힐튼 호텔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 소장. 김종성 건축가 기증 <사진 제공 = 컬처램프>
<사진 제공 = 컬처램프>
김종성 건축가는 안쪽으로 꺾여 들어간 건축물의 디자인을 두고 “처음에는 ‘한 일(一)’ 자의 디자인을 했는데 남산과의 배치를 보니 너무 ‘너는 너, 나는 나’ 의 인상이 강해 30도 씩 절곡해 남산과 대화하듯 만들었다”고 답했다. <사진 제공 = 컬처램프>

이 글은 변화해야만 하는 도시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중략) 그 장소와 공간이 도시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체성에 기여했는가, 공동체의 삶과 기억에 어떻게 맞닿아 있었는가를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석은 어차피 각자의 몫이다. 여지를 갖고 많은 해석과 풍요로운 시각이 만나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도시를 바라보아야 하는지 이야기되는 것이 중요하다. – 파트1 ‘도시의 정체성을 기록하는 새로운 접근’ 중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아트리움 전경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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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2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힐튼호텔 도시 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이 수정 가결됐다. 계획에 따르면 서울 힐튼의 일부인 로비 바닥과 기둥 일부만을 남겨둔 채 재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에서는 정비계획을 통해 남산뿐 아니라 한양도성 및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그리고 힐튼호텔이 가진 건축사적 가치를 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김종성 건축가는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보존하려면 전체 공간을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 제공 = 컬처램프>

 


도서명.
힐튼이 말하다

출판사.
램프북스

저자.
김종성, 안창모, 오호근, 전이서, 정인하, 지정우, 함혜리, 홍재승 공저

판형 및 분량.
128 × 190mm | 320쪽

정가.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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