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구가도시건축 건축사사무소 guga urban architecture
강원도 진부의 높고 넓은 산등성이에 자리한 주말 주택이다. 친분이 있는 분들이 모여 살 곳을 마련하고 1,000평 정도로 땅을 나눈 후에 건축가를 찾았다. 우리는 모두 다섯 집을 맡아 자연과 어우러진 풍광 속에, 집들이 조화를 이루며 한 마을을 이루도록 계획하였다. 거문리 K 주택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집이다. 넓게 펼쳐진 대지가 커다란 계곡을 이루며 사라지고 난 위로, 먼 산들이 층층이 나타나는 수려한 경관을 지니고 있었다.
3칸집 – 구가 by guga – 거문리 K 주택
다른 작업과 달리 거문리 K 주택은 ‘구가 by guga’라는 프로토타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집이다. 도산서당과 같이 방, 마루, 부엌으로 구성된 3칸집의 ‘소박하고 간결한 한옥의 정서’를 안으로 지니면서, 밖으로는 현대 건축의 ‘단순하고 기능적인 표피’를 갖춘 9평(약 30㎡)의 작은 집으로 구상한 것이 구가 by guga였다. 풀이해 말하면 내부의 방과 마루는 전통적 에센스가 드러나는 한지와 한식 창호로 구성하고, 외부는 현대식 목조로 단열과 기밀성을 갖춘 외벽과 창호로 구성하면서 단순한 형태가 드러나도록 하였다. 한참 다른 설계안을 진행하던 중에 구가 by guga를 보고 마음에 들어한 건축주의 요구로,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 집이 지금의 거문리 K 주택이다. 지형에 맞게 방과 마루의 레벨 차이를 주고, 거실과 부엌을 하나로 하였으며, 현관과 유틸리티, 지붕이 있는 데크 등을 추가했다.
작지만 크게 쓰는 집
쓰기에 편한 콤팩트한 집이면서 이웃이 쉽게 모일 수 있는 큰 거실을 만들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에 맞춰, 위에는 프라이빗한 안방을 두고 아래에는 거실을 놓아, 현관에서 들어오면 복도를 지나 직접 거실에 가게 하였다. 방과 거실을 분리하면서 사이에 창을 두어, 서로 소통을 하거나 안방에서 거실을 거쳐 바깥 풍경이 보이도록 하였다. 부엌도 ‘보이는 부엌’을 거실에 두고, 유틸리티로 쓰는 생활 부엌을 뒷쪽에 두어 구분하였다. 또 생활 부엌에서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어 가까운 텃밭에서 직접 야채 등을 딸 수 있게 하였다. 화장실은 하나지만 복도와 방에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따로 두고, 방 위에는 다락을 만들어 손님이나 가족을 위한 여분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계획 전반에 걸쳐 ‘작지만 크게 쓸 수 있는 집’을 생각했다.
마음과 풍경이 만나는 집
방, 거실, 다락, 데크 등 집의 각 장소에 따라 고유한 풍경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예를 들어 다락에는 박공에 창을 두어 멀리 있는 산들을 풍경에 담고, 천창으로 빛을 들여 낮으면서 아늑한 공간을 만들려 했다. 한가운데 있는 방은 거실과 복도, 다락에 감싸인 것처럼 구성하여, 마치 엄마 뱃속처럼 안온한 상태에서, 거친 자연에 맞닥뜨리지 않고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게 하였다. 특히 그 경계를 이루는 창은 한지, 삼베, 유리로 구성하여 쓰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공간을 열고 닫아 부드럽게 또는 은은하게 조절하여 ‘마음과 풍경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하였다.
다양한 삶의 양상을 담다
주말 주택은 자연을 즐기면서 자연과 맞서는 집이다. 거실에 앉아 풍경에 심취하며 음악을 들을 때가 있는가 하면, 거친 날씨 속에 따뜻한 방에서 맘 편히 쉬고 싶을 때가 있다. 손님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혼자만의 조용한 사색을 위해 찾을 때도 있다. 일상과 떨어져 자연 속에 있는 집의 매력이란 이러한 다양한 삶의 양상을 자연스레 담아내는 데 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