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해담건축 Architectural Design Group HAEDAM
파주시 목동동의 이 집은 건축주 부부와 부모 세대, 건축주의 오빠 그리고 반려묘 호두와 콩이가 함께 사는 다가구주택이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패턴사인 건축주가 집에 바란 점은 두 가지였다.
‘아파트에서처럼 방해받지 않고 온전한 창작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공방을 마련할 것, 세 가족이 주택 뒤로 위치한 공원과 도로 방향으로 난 남향 전망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
반려묘를 위한 전용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많은 것을 양보한 남편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주택의 이름인 ‘달 아래(월하공방)’는 건축주가 운영하는 패션 공방의 이름으로, 이 집 디자인 모티브가 되었다. 달 아래가 갖는 이미지는 형태 디자인에 반영해 달의 형상인 보름달, 상현달, 초승달 등의 이미지들이 주택 곳곳에 투영돼 있다.
건축물의 형태 디자인은 따로 콘셉트를 잡을 경우 과해질 수도 있는데, 이 집의 경우에는 평면 설정 환경과 거주자의 요구 조건이 균형을 잡아낼 수 있도록 했다.
세 가족의 다가구 집 유형은 가로 세로가 두 번 교차하는 크로스오버 평면과 단면을 가졌다. 한 세대가 한 개 층씩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인 다가구의 생활 유형이다. 그러나 이곳은 그렇게 해서는 의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다.
앞쪽은 볕이 좋은 남향이고, 뒤쪽은 북향이긴 하지만 경치를 가진 공원이 있었다. 전 세대가 남향 볕을 받으며 공원을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 사항이 있었고, 세 가족이라는 개념도 같이했기에 크로스오버 주택을 계획했다.
부모님 세대는 연세를 고려해 1층에 배치하되 도로 쪽의 사생활 침해는 방지하고, 일부 남향볕을 받을 수 있으면서 1층의 작은 정원 2개와 북향의 공원을 면할 수 있게 했다.
두 자녀 세대는 2층, 3층, 다락의 복층 세대를 구성하되 2층에서 동서를, 3층에서 남북을 각각 나눠가지도록 했다.
3층 세대에서는 두 세대에서 각자 남향으로 면한 외부 테라스를 가져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주택은 특히 다가구, 다세대 3층 이상의 건물은 모든 요소를 골고루 취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건축가의 입장에서도 주택에서 살게 될 건축주의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닐 거라 짐작한다.
1층 아치창의 디자인과 카페처럼 구성된 거실은 가족애가 많은 부모님을 위한 배려였다. 달의 형태를 닮기도 한 창을 사용해 최대한 감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다가구이지만 단독주택을 선물 받았다는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다.
이 집의 백미 중 하나는 반려묘를 위한 공간으로, 이들을 위한 문과 벽체 디자인을 적용한 방을 따로 만들었다. 골골송을 부를 수 있는 삼각 프리즘 창도 배치했다.
3층에는 형태에 따라 자연스레 높은 층고의 안방이 형성되었고, 따로이면서 같이 있는 두 다락이 형성되었다.
패션을 업으로 삼은 건축주는 골조의 태생적 흔적을 남겨두고자 했던 건축가의 의견에 공감해 1층 노출 기둥의 존치를 동의하기도 했다.
루나 테라스는 디자인과 형태의 반영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건축의 멋을 심어보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다. 형태와 기능, 재정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달의 운치가 있는 집에 머물게 했던 선행자들의 안목을 깊이 있게 모방해보고 싶었다.
시공 과정에서 여러 물리적 요소와 민원으로 인한 고비가 있었지만, 건축주 부부와 반려묘 덕분에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