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환 학생 인턴 글 & 자료. 이손건축 건축사사무소 ISON Architects
주어진 땅은 삼청터널을 지나 삼선교(지금의 한성대입구역)로 이어져 양옆으로 넓게 펼쳐져 내려오는 성북동 계곡의 북서쪽 경사면 중간쯤 걸려 있다. 가파른 아랫 집과의 높낮이 차, 좁은 북측 진입 도로(폭 4m), 남쪽으로 넓게 펼쳐진 파노라마들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냐가 숙제였다. 가족은 네 명이나 두 아들은 거의 독립해서 살게 돼, 부부의 삶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일이었다.
대지는 복개된 계곡인 성북로를 삼선교 쪽에서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구립미술관 바로 못 미쳐 오른쪽으로 빠지는 다리를 건넌다음 가파른 도로를 오르다 보면 왼쪽에 있었다. 뱀처럼 얽혀 있는 도로가 굽이치는 동네와, 대문을 열고 들어가 마당이나 거실에서 보는 파노라마의 극적 대비는 이 동네가 가진 두드러진 특성이었다.
도로의 오른 편에는 평평한 마당을 얻기 위한 강한 토목 옹벽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높은 벽을 형성하고, 그 반대편으로는 사람 키를 살짝 웃도는 담장들이 연이어 있다. 그 뒤 2~3층 높이의 주택들이 시간대를 달리해 솟아 있는 형태였다.
가능한 한 도로에서 집의 볼륨을 물러 앉히는 동시에 크기와 높이의 부담감을 줄여주는 것이 동네에 대한 배려라 생각했다. 땅의 북서쪽으로 길게 나 있는 숲(아래 고급빌라의 뒷 경사면)과 적벽돌 담장, 그리고 그 시작에 서 있는 고송과의 어우러짐은 집 앉음새의 중요한 단서였다.
도로에서 3m 물러선 자리에 길고(18m) 나지막하게 겨자색 2층 벽체를 놓은 것은, 동네에 대한 상기한 생각이 수렴되는 제스처다. 도로의 경사를 따라 1.5m 높이로 가로 놓인 담장과 대문, 그 뒤 다용도실의 조그마한 볼륨 등은 겨자색 벽과 함께 동네에 풍요로운 표정을 주기 위한 건축적 장치가 된다.
지하와 1층의 재료는 견고하면서 명료한 틀을 가진 노출 콘크리트이다. 밑에 감추어진 바윗 덩어리의 은유이기도 하다. 반면 이층의 긴 볼륨은 겨자색 드라이비트(STO)로 가볍게 둘러져 건너편 집들도부터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주는 동시에 주변을 아우르는 수평적 요소가 된다.
지하에는 불규칙적으로 찾을 자녀들의 방과 다목적 방, 작은 주방, 창고 그리고 얇고 긴 중정 등 자기 완결적인 구성을 가진 층을 넓게 두어 8m의 고저차를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ㄱ자형의 일 층 배치는 마당을 한 켠으로 긴 주방, 식당 그리고 거실이 멀리 전개되는 파노라마와 북서쪽으로 가까이 전개되는 숲을 효율적으로 껴안게 된다.
2층은 부부의 공간이다. 계단이 긴 볼륨을 따라 올라가고 복도, 서재, 침실 경관 쪽으로 낮게 기울어져 전면을 아우르는 경사 지붕의 아래 놓인다.
경사 지붕의 처마 선은 남서쪽에 풍부하게 전개되는 먼 경관을 잡아내는 프레임을 만들어 주는 동시에, 북동쪽에서 양질의 자연광을 잡아넣어 주는 역할을 하며 다소 폐쇄적인 도로 측 벽을 위로 열어주는 건축요소가 되기도 한다. 공간은 원경과 근경, 프라이버시와 개방성 그리고 밝음과 어두움이 적절히 고려된 형상을 가지며 마무리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