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SoA
건축주는 ‘건물이 놓이는 방식’에 대한 요구가 분명했다. 도시계획가로 활동하는 그는 집이 담고 있는 내용보다 도시와 집, 집 내부의 채와 채,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관계’에 집중했고, 집의 기능을 분리해 각각의 동으로 배치하기를 원했다.
“도시계획가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건축가와 헷갈려 한다. 도시계획은 건축물을 하나의 덩어리(mass)로 취급하면서 그것의 용도가 어떤지, 주변과의 관계가 어떤지 등을 살핀다.” (건축주의 두 번째 편지 중)
공간 사이의 ‘관계’에 집중한 만큼, 건축 계획 역시 건물의 형태보다 외부 공간의 배치가 우선이었다. 처음에는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열린 배치’를 시도했지만, 해당 대지는 즐길만한 경관이 별로 없는, 대도시 근교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곳이었다. 따라서 다소 소란스러워질 미래에 대비해 ‘내향적인 집’을 지향했고, 집의 한 가운데에 마당을 두어 여기가 집의 구심점이 되도록 했다.
집의 기능 별로 분리한 동들은 앞마당과 뒷마당을 가질 수 있는 ‘ㅁ’자 구조로 배치했다. 정사각형 대지 위에 건물의 방향을 비틀어 자연스럽게 각 동마다 독립적인 삼각형 마당을 가지며 폭넓은 외부 활동이 가능해지도록 만들었다.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앞마당은 뒷마당이 되고, 뒷마당은 앞마당이 되며, 내향적인 활동과 외향적인 활동 모두 가능한 복합적인 공간성을 지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