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유영 글 & 자료. 구보건축사사무소 GUBO Architects
나란히 자리한 세 개의 빈 교실을 학생들을 위한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와 기자재실로 바꾸는 프로젝트였다. 마루바닥은 낡았고 교실 조명은 노후해 교체가 필요했으며, 교실 창은 남측을 향하고 있지만 산에 가려 채광 환경이 좋지는 않았다. 또한 교실 앞 복도에는 신발걸이와 개수대, 화물용 엘리베이터 등 여러 시설이 혼재하여, 오래된 학교 건물이 으레 그러하듯 학생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도처에서 발견되었다.
학교 측의 기본적인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메이커스페이스의 기능을 복도 공간까지 확장하기를 원한다. 둘째, 넓은 교실에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선생님의 관찰과 통제가 용이한 공간이기를 바란다. 셋째, 기존 세 개의 교실을 메이커스페이스와 기자재실로 구분해 사용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목표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며, 이를 발산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청과 성원초등학교는 설계를 맡을 건축가를 선정하기 전 기존에 완성된 메이커스페이스를 하나씩 탐방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며 기존에 만들어진 메이커스페이스의 장점을 활용하되, 서부 메이커스페이스만의 특성을 살릴 방안을 고민했다. 우리는 기존 메이커스페이스처럼 너무 많은 기자재나 도구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할 공간을 제약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를 지양하려고 했다.
성원초등학교 메이커스페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요소는 테이블이다. 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해줄 기자재와 재료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따로 또 같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테이블이 공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 같이 모이는 테이블
최대 15명까지 모여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커다란 테이블 두 개를 디자인해 메이커스페이스의 중심을 형성하게끔 의도했다. 테이블 두 개는 각기 뚜렷한 기하를 지니도록 원형과 사각형을 테마로 디자인했다. 또한 초등학생이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스케일을 고려해, 의자를 두는 대신 바닥에 앉아 자유롭게 움직이며 사용하게 했다. 테이블은 안쪽과 바깥쪽을 모두 가지기 때문에 교육이나 제작 활동 시 공간을 구분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테이블을 떠받치는 구조물은 작은 기하 단위가 연결되며 구조체를 형성하고 있어 형태적으로 분명한 특징을 지닌다. 이는 학생들이 테이블 앞에 앉았을 때, 개개인의 작업 영역을 자연스럽게 경계 짓는 효과를 가져온다.
따로따로 테이블
메이커스페이스의 창가에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작업하는 공간을 계획했다. 아이들이 남측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아래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생각하고 만들며 자라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디자인했다. 공사비의 제약으로 창호를 교체하거나 개인 전용 벽부형 작업 조명 설치는 실현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개인 테이블을 통해 복작복작한 그룹 테이블에서와는 다른 작업을 차분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테이블과 벽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홈을 만든 후 콘센트를 매입해 전동 도구를 사용하거나 충전할 수 있다.
아치가 만들어내는 연속된 방
세 개의 연속된 교실을 분리하던 벽체를 철거해 커다란 방 하나를 만들었다. 리모델링 특성상 천장고를 바꾸거나 외벽을 움직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존 구조 안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제약이 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벽체 일부를 활용하여 아치형 경계부를 만들어, 하나이면서 세 개의 방인 메이커스페이스를 조성하고자 했다. 아이들은 아치를 통과해 공간을 이동할 수 있다. 개인 테이블 옆에는 작은 아치형 개구부를 두어 시각적 연결감을 주었다.
복도 전시벽
메이커스페이스에서는 학습하고 만드는 활동이 일어난다. 이와 더불어 만들어낸 결과물을 학생들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도와 메이커스페이스를 구분하는 벽체가 그 자체로 훌륭한 전시 공간이 되도록 아이들의 작업물을 올려놓을 수 있는 전시대와 적절한 전시 조명, 수납함을 벽체와 일체화하여 계획했다. 아이들이 오가며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연스럽게 살펴보고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메이커스페이스의 본질은 배우고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다. 성원초등학교 프로젝트의 제한된 예산과 물리적 조건 안에서, 벽체와 가구를 활용한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이러한 본질적인 세 가지 행위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