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환 학생인턴 글 & 자료. 플라노건축사사무소 PLANO architects & associates
프롤로그
숨 가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삶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떤 모습인가. 빠른 속도로 걷다가 대로변의 현관 앞에서 급정거를 해야만 하는 집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세로세집은 도시에서 집으로 가는 길 사이에 느린 공간(여백)을 두고자 했다.
‘도시의 큰길은 세로(細路 좁은 길)로 이어지고, 작은 상점들이 늘어선 세로 위로 세 개의 집이 있다. 분주한 도시 가로에서 벗어나 느린 속도의 작은 길을 걸어 집으로 향한다. ’
저밀도의 상가주택
수익성과 용적률에 최적화된 상가주택들이 즐비한 화성 남양지구. 그 곳의 인접한 두 필지를 소유하고 있는 건축주가 우리를 찾아왔다. 필지당 한 채씩 상가주택 두 채를 지으려고 했는데, 여느 상가주택과는 다르기를 원했다. 빽빽하게 채워 넣어 수익을 얻기보다는 공간에 여유를 두고 쾌적성을 높여 길 건너 아파트 단지와 비교해도 주거의 질이 더 나은 공간이 되기를 원했다. 대부분 상가주택을 지으려는 건축주는 용적률과 수익성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우려가 되면서도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었다.
두 필지에 하나의 건물
우리는 필지당 한 건물이 아닌, 두 필지를 합해 하나의 건물을 짓기로 했다. 두 필지를 합침으로써 그 사이에 작은 길(세로細路)을 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그 길에 연접하여 근린생활과 테라스, 중정을 계획했다. 대지 앞 뒤로 나 있는 큰 길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세로(細路)는 대지 내 유동인구를 늘려 상업공간에 활기를 줄 것이다.
상부 다가구주택 매스는 그 가로의 규모에 어우러지도록 분절했다. 다가구주택은 각각 두 개의 마당을 가지고 있다. 향과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며 함께 그리고 따로 살아간다. 도시와 주거 공간 사이 마당이라는 여백을 둠으로써 거친 도시의 풍경을 희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