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지랩 Z_Lab
제주 서귀포의 한적한 마을 서호동에 자리한 이 집은 시골 마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한옥과 양옥 그 사이 어디쯤의 익숙하고도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기와가 올라간 대문을 지나 귤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살짝 돌아서면 중앙에 있는 현관문을 기준으로 좌우에 크게 난 창문의 반복과 낮게 깔린 박공지붕이 오묘한 균형을 이룬 식물집을 발견할 수 있다.
식물집은 ‘듀송 플레이스’라는 조경 디자이너 부부가 더 많은 사람과 식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시작한 공간이다. 볕이 잘 드는 창과 넓은 앞마당을 가진 이 집은 두 사람이 살던 주택이었고, 그들의 생각을 실현하기에 이만한 공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식물집이 어느 친근한 이웃집에서 식물과 휴식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부부가 손님을 맞이하던 거실은 화분과 식물들로 가득한 쇼룸이 되었고, 부부의 부엌은 커피를 내리는 카페의 주방이 되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던 침실은 카페 좌석으로 채워지고, 앞마당의 귤밭 사이사이에는 야외 좌석과 온실이 자리했다. 테라스에서는 이 집과 함께 자란 동백과 무화과나무를 바라볼 수 있는 벤치가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건물 뒤편의 어둡고 후미진 창고는 돌담을 바라보며 조용히 명상을 즐길 수 있는 메디테이션 룸으로 바뀌었다.
클라이언트의 의도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제주의 친근한 이웃집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 마감을 고르는 과정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기존 건물의 대문과 외관만 유지하고 모든 공간을 새로 만들었지만 계속 그 자리에 있어왔던 장소처럼 보이는 것이 목표였다. 원래 사용하던 방문과 창틀은 그대로 유지하고 모든 새로운 재료는 기존의 분위기와 톤을 맞추어 공간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외벽과 테라스 바닥의 작은 사각 타일,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는 아치 문양의 목창호, 햇살이 가득한 귤나무 마당과 같은 요소는 전체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브랜딩의 힌트가 되었다. 식물집 브랜딩의 메인 컬러는 식물이 가진 초록과 공간의 재료가 가진 베이지 톤 사이에서 활기를 더해줄 수 있는 오렌지색을 선택했다. 이를 공간에 적용하는 형식 또한 러프한 공간의 재료와 대조되도록 매끈한 재질감과 투과성을 가진 아크릴을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