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 & 자료. 소보건축사사무소 SOBO Architects
건축의 외부 공간은 나의 주된 관심사다. 이것은 건축이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평범한 일상 생활의 배경이 되게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기인한다. 그간 몇몇 주택 프로젝트를 통해 이런 관심사를 현실에 적용해 왔다.
강릉시 사천해변 근처의 복합 시설인 ‘식스 가든스 6 gardens’는 이 생각을 더욱 구체화했던 프로젝트이다. 각기 다른 모양과 재료, 구조 형식을 갖는 펍pub, 목공방, 게스트하우스, 온실, 단독주택 등이 조경 요소 및 대지 내 작은 단차와 어우러지며 각기 다른 이야기와 위상을 갖는 외부 공간들을 만들어냈다.
건축주 부부가 처음 찾아온 날, 500여 평의 대지와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제시했을 때부터 외부 공간이 주가 되는 그림을 상상했다. 배치와 구성을 고민하며 만든 초반의 스케치 모두 여러 건물이 방법을 달리하여 모이고 흩어지는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건축주에게 각각의 장소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설명했고, 현재의 안이 빠르게 선택됐다.
외부 공간이 핵심이 되면서 각 동을 설계할 때는 외관을 드러내기 위한 표현보다는 필요조건과 내부 구조를 정직하게 반영하는 데에 더욱 집중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단독주택은 요구 조건과 주변 환경을 아주 정직하게 반영한 결과다.
단독주택에 대한 요구 조건은 ‘30평 정도의 면적’과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높이인 3층으로 계획해줄 것’이었다. 여기에 ‘전체 건물 배치상 바다를 바라보는 면이 너무 열리면 프라이버시가 침해받는다’는 건축가로서 판단과 ‘바다가 보이는 방향과 남향은 서로 반대쪽’이라는 대지의 조건이 더해졌다.
그 결과 대지 가장 안쪽에 단독주택을 위치시키고, 북쪽 바다 방향으로 계단실이 만들어졌다.
다른 건물과 같은 높이인 1, 2층에서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계단실이 끝나는 3층 테라스에서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자연스레 반대 방향인 남쪽을 향해서는 큰 창들이 만들어졌다. 30평을 3층으로 나눈 덕에 각 층에는 하나의 큰 공간만 들어가게 되어 세 방향으로 창을 만들 수 있었다. 덕분에 환기하기에도 더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완공 후 입주해 사용되고 있으나 외부 공간을 조금씩 다듬어가며 여전히 진행형이다. 심어 놓은 조경수가 자라나고, 건물 사이사이에 건축주의 손길이 닿으며 이야기를 채워가는 중이다. 각 동에는 건축주 부부가 지은 이름들이 붙었다. 이를 지켜보며 ‘삶의 배경이 되는 건축물을 만들고, 그 안에 채워지는 일상이 프로젝트를 완성해 줄 것’이라는 건축가로서 바람이 실현되는 즐거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