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경림 글 & 자료. 비유에스건축 B.U.S Architecture
당진 양지마을
당진시 면천면의 한적한 시골길 중턱에 위치한 땅은 빛이 1년 내내 잘 들어 양지마을이라 불린다. 땅 정면으로는 아미산의 능선이 펼쳐지고, ㅁ자 형태의 단층 시골집들 몇 채가 듬성하게 이웃하고 있었다. 처음 땅을 방문했을 때 전 주인이 건축한 2층짜리 미국 양식의 조립식 주택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건물에서는 주변 마을 풍경에 대한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땅의 뒤를 지나가는 시골길이 있는데 전 주택의 모습은 길에서 바라보는 산 능선의 풍경을 정확히 가로막고 있었다.
풍경을 담은 우물
설계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했던 것은 건축을 통해서 기존 마을과 자연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짓는다는 생각보다 기존의 풍경을 다시 ‘복원한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 일본의 테지마 섬에 건축답사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테지마 미술관이 섬의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강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있었다.
건축물은 전체가 85평이고 두 개의 건물로 분리되어 있다. 주차장과 창고가 있는 건물을 통해 진입하게 되고, 엇갈린 두 건물의 축에서 발생하는 틈을 통해 주변 풍경과 관계를 만든다. 건축을 하며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 ‘틈을 통한 경험의 과정’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특히 시골의 집들은 사방으로 열린 자연과 면하게 돼 건축을 통해 그 풍경에 대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서 집으로 진입하며 보이는 소나무 숲과, 집 안으로 들어와서 바라보게 되는 산과 하늘이 만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집의 내부는 미러 스테인리스로 마감된 동그란 곡면 중정을 낀 ‘ㄷ’자 평면으로 이루어진다. 내부 지향적인 건축주의 요구 사항이 있었고, 집을 진입하며 지속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주변 풍경이 겹쳐지는 장면을 집 내부에서 극적으로 완성되었으면 했다. 또한 기능적으로는 깊은 공간까지 빛과 풍경이 도달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건물의 외장재는 적삼목의 표면을 불로 태운 탄화목 종류다. 일본의 바닷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재료인데, 물에 강하고 무엇보다 빛을 흡수하는 성질과 일률적이지 않는 나무 표면의 질감을 통해서 건축물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들어준다. 이러한 재료적 성질 때문에 눈여겨보지 않고서는 집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건축물이 완성되고 다시 땅 뒤의 시골길을 걸어 보았을 때 지붕과 풍경이 겹쳐지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2층 건물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들어선 건축물의 모습이 마치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