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나오이 플러스 파트너스 Naoi+Partners
평소 일본 건축 공간의 느낌을 선호하고, 여행을 통해 이탈리아의 매력을 느꼈던 건축주는 일본과 이탈리아 건축가가 협업하고 있는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다. 상담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 복잡하지 않은 단순한 집과 최대한 넓은 마당을 가지는 것이었다. 추가로 완자 창호와 완자 도어를 통해 한국적 느낌의 공간도 원했다. 최대한 크고 넓게 만들고 있는 주변의 상황에서 너무 작지 않으면서 주변의 질서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며, 명료하고 심플한 계획이 필요한 프로젝트였다.
대지의 정면인 동쪽은 도로가 있어서 프라이버시의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서쪽은 공원과 바로 접해 있어서 마당을 계획하면 공원과 함께 좋은 공간감을 가질 수 있는 외부 마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건축주도 공원과 면해있는 이점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다고 했다.
배치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넓은 마당을 가지면서 도로에서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었다. 대지의 남쪽에 마당을 계획하고 서쪽 공원으로 열리도록 건물을 ‘ㄱ’ 형태로 배치했다. 이같은 배치를 통해 일부에 데크를 두어 실내 공간과 외부 공간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했다. 주변의 집들이 최대한 크고 높게 짓는 상황이라 외부 환경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건물의 묵직한 볼륨을 강조했고, 일부 공간의 층고를 높였다.
입면 디자인은 몇 차례 변경이 있었는데, 주택지 안에서 좀 더 다양한 레이어가 드러나길 원해 몇 가지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추가했다. 최대한 건물 볼륨의 모습은 깨트리지 않으면서 정면의 긴 개구부를 동일한 사이즈로 계획하고 창과 창 사이에는 전체적인 외장재인 라임스톤이 아니라 블루 타일로 계획해 커다란 개구부처럼 보이는 포인트 요소로 만들었다. 여기서 사용된 블루타일은 집 전체를 두르고 있는 회색 석재와 지하 부분에 마감된 목재의 색상과 조화로우면서 포인트가 되는 색상으로 선택해야만 했다.
건축주의 주요 요구사항은 내부 공간에서 일부 데크를 통해 좋은 마당을 접하는 것이었다. 1층의 메인 공간인 거실은 높은 천정고를 가졌고, 그것을 더 강조할 수 있는 높은 개구부를 통해 마당을 마주하게 된다. 잘 조성된 마당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거실로서 계획했다.
2층은 가족 구성원들이 좀 더 사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각각의 개인적인 공간들은 마당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배치되었다. 1층 거실의 천정고 확보를 위해 2층 통로에는 계단이 생겨났으며 천창을 포함한 다양한 개구부를 통해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을 빛을 통한 풍요로운 공간으로 계획했다.
이 집의 거실은 넓은 크기만큼 그에 비례하는 높은 천정고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비례는 다양한 스터디를 통해 적합한 비율을 찾아 계획했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공간감은 마주한 마당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채로운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건축주는 대부분의 실내 도어와 창문을 한식 느낌이 나도록 하길 원했다. 심플하고 모던한 공간에서 완자 창문과 도어를 잘 어울리게 하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또 마당이 건물과 따로 노는 것이 아니고, 건물과 함께 관계를 맺으며 좋은 내외부 공간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야외 데크 공간의 천정 높이와 난간 등을 활용해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집 주위 환경에 맞추면서 건축주가 원하는 아담한 볼륨을 갖는 것이었다. 연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덩치가 커진 이웃 건물들과 조화로운 높이를 찾고, 볼륨을 여러 개로 단절하지 않고 하나의 단일 볼륨으로 계획해 마무리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