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박종우 글 & 자료.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aoa architects
과연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만큼 지역색이 강한 곳이 또 있을까? 과연 하얀 집에 현무암 돌담만 쌓으면 제주스러워지는 것일까? 프로젝트는 이러한 단순하고 즉물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제주하면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쉽게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돌하르방, 감귤, 해녀 등은 공항 조형물부터 문방구 지우개에 이르기까지 제주 도처에 산재한 일상적 오브제다. 이러한 상징물을 건축적 요소로 포함해 로마에 가면 로마의 신들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듯이 제주에서는 제주의 돌하르방이 건물을 지탱하게 한다면, 지금까지 다소 관념적이고 현학적 층위에서 윤리성을 전제로 무겁게 논의되었던 지역성 담론에서 벗어나, 약간은 다른 층위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러한 직설적인 결과는 오히려 대중들에게 쉽고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건물은 좌우대칭에 층층이 견고하게 쌓인 모습을 가지지만, 1층에 배치된 오브제들로 인해서 다시금 불안정하고 약간은 우스꽝스런 모습까지 보이면서 ‘쌓은집’의 형식을 전복한다. 또한 슬라브에 놓이거나 매달린 창문으로 인해 건물은 좌우 대칭뿐 아니라 상하 대칭으로 읽히기도 하여 중력 방향을 혼동케 하면서, 어느순간 마치 장난감처럼 가볍게 부유하기도 한다.
바다 방향으로의 입면은 전체를 테라스를 가진 유리면으로 투명하게 하고, 반대편에는 벽돌면을 둔탁하게 둠으로써 건물 자체가 바다를 조망하고 있도록 하였고, 일렬로 늘어선 테라스 기둥들은 시시각각 하늘의 색을 은은히 반사하며 거실에서의 조망에 시선적 미끄러짐을 더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오렌지색 벽돌과 흰 스터코의 가로 띠 조합은 제주 시내에 흔히 볼 수 있는 상투적인 건물들을 연상시키며 친밀하게 다가온다. 일층 주인집 거실에 맥락 없이 놓여진 현무암 덩어리 기둥과 강한 나무결의 슬라이딩 도어, 그 위를 가로지르는 초록 철제 형강, 오렌지 골드의 창호 프레임은 제주도의 지역색과 자연을 상징적으로 수용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