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유영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나우랩 NAAULAB architects
설계를 마치고 허가 준비를 다 끝냈던 최초의 ‘조이스’ 계획안이 이런저런 돌발상황으로 무산되면서 집 짓기는 몇 달간 공백기를 갖게 되었다. 각종 야외 활동과 자동차에 취미를 갖고 있던 건축주는 이 공백기 동안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카라반 캠핑. 그가 마침내 높이 2.7m의 카라반을 구입하면서 설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추가된 요구 사항은 이랬다. 카라반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 동시에 기존의 차량 2대를 위한 차고도 마련할 것.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이었다. 도로와 접한 전면 폭이 한정된 작은 필지에, 법정 이격 거리인 대지 안의 공지 이격과 일조권 이격 거리를 포함해 카라반과 차 2대의 주차 공간과 출입구를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은 숙제였다. 미리 그 폭에 맞춰 필지를 고르지는 않았겠지만 도로와 면한 대지 폭의 여유가 10㎝ 정도로 타이트하게 맞아떨어진 건 행운이었다.
20세기 초 파리 인근 푸아시Poissy라는 작은 동네에서 탄생한 최초의 유명 모던 주택을 말할 때 자동차로부터 출발한 필로티를 빼놓을 수 없듯, 건축주의 개인적 의견에 따르면 조이스는 카라반에서 출발해 집의 중요한 치수와 공간 구성을 결정한 국내 최초의 집이다. 차고의 층고는 일반 차량과 카라반 영역으로 나눠 다르게 결정했으며, 이로써 그 위에 위치한 1층은 지하 차고의 층고 차이에서 비롯한 플로어의 레벨 차이를 가진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이 자리하는데, 레벨 차이 덕분에 거실 영역과 다이닝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구분되는 부드러운 스킵 플로어 공간이 완성되었다.
50평 남짓한 작은 필지는 서쪽 도로에 접한 한 면을 제외하고 남북으로는 인접 집들과 비좁게 붙고 동쪽은 야산이 시작되는 자락이었다. 따라서 외부로 노출되는 집의 유일한 입면인 서쪽 파사드에 가족의 정체성을 담는 것, 아담한 정원을 야산과 연결해 내외부의 관계 설정을 거주자의 실생활 입장에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였다.
동쪽과 남쪽이 야산과 이웃집으로 에워싸인 상황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충분한 일조량, 실내에서 보이는 밖의 풍경은 단독주택을 짓는 이유이자 거주자의 주거 만족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러한 개별 이슈를 한데 묶어주는 출발점으로서, 내부 공간을 밝고 환한 분위기로 조성하는 것은 설계의 중요한 목표였다.
20평 내외라는 다소 아쉬운 층별 면적을 실제보다 넓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무척 고민했다. 대지 주변으로 시야가 막힌 부분이 많기는 해도, 시야를 열 수 있는 방향으로는 과감하게 시야를 터 주고 이웃집으로 막힌 면은 채광만 받아들이는 창호 계획을 택했다. 더불어 공간을 평면이 아니라 볼륨을 가진 입체로 느끼게 하기 위해 계단 공간에 보이드를 크게 열어 일상생활 속에서 1~2층이 연결된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했다.
단독주택 설계가 어려운 이유는 개인이 모두 다르듯 모두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좁은 땅 위에 좁지 않은 집을 구상하고, 지루하지 않게 입체적으로 공간을 연결하고, 사방이 막혔더라도 분위기를 밝게 조성하고, 주변이 평범해도 어떻게 해서든 볼만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 일이 단독주택 설계다.
조이스 입주 후 어느덧 1년이 되어 간다. 젊은 부부와 아이들은 여전히 집과의 허니문을 즐기면서 집의 이곳저곳을 매만지고 있다. 좀 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으로, 그들과 더욱 닮은 공간으로. 당연한 얘기겠지만 집이란 살면서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