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장은영 글 & 자료. 제이와이아키텍츠 JYA-RCHITECTS
대지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오래된 참나무가 있었다. 길에서 바라봤을 때 정면에 자리 잡은 참나무는 그 모습도 우람하고 한여름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큰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참나무는 그 성질이 까다롭지 않아, 굵게 뻗어 나간 가지 위로 사람이 올라가도 크게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했다. 가까이 두고 사계절을 함께 나고, 함께 살아가기에 참으로 좋은 벗이 아닐 수 없다.
건축주는 참나무가 오랫동안 주인 역할을 해 온 대지에 나무와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새 건물이 들어서더라도 오랫동안 땅의 주인이었던 참나무가 여전히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름이 한창이던 어느 날, 대지에 처음 방문해 길가에서 바라보던 참나무는 실제로 무척이나 풍성하고 늠름했으며, 충분히 이 땅의 주인공다웠다. 오래된 참나무와 그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나 사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선 혹은 관계가 순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 사이의 모든 건 이 관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했다.
길가에서 바라보는 나와 저 끝의 참나무 사이에 존재하는 균질한 공간에 이 프로젝트에 포함된 다양한 변수들을 대입해 어떤 영향을 만들고자 했다. 그것은 상업공간과 주거공간이라는 프로그램의 성격과 각각의 프로그램이 가진 밀도의 차이, 그리고 성격과 밀도의 차이가 만드는 주변 여건과의 상관관계 등이다. 이러한 변수들은 균질하던 공간에 삼차원 방향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이로써 공간적으로는 참나무와 바라보는 사람 사이의 거리, 시간적으로는 그 사이의 오랜 간극이 이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건축공간이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 건축공간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작동하고, 설명되고, 감상된다.
건축을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도 가장 원초적인 재료들을 사용하고자 했다. 이는 사람이 실제 사용하기 전의 변수만 반영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였다. 사람이 들어가기 전, 실제 생활이 담기기 전, 딱 그전까지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재료는 콘크리트와 철, 합판, 유리 등 가장 날 것에 가까운 것들 위주로, 가급적 무채색의 톤으로 가장 일차원적 가공 방식으로 시공하고자 했다.
참나무처럼 원초적이지만 다양한 표정을 가진, 자연의 변화를 안팎에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자연의 흐름 속에서 때 타고 변해가는 공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참나무의 주변 공간. 그것이 하남 참나무집을 만든 목적이고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