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디자인밴드 요앞 designband YOAP
화성시 진안동의 행복주택은 병점역 부근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부지의 남측과 동측은 농지이고 서측은 도로를, 북측은 인접대지의 주차장에 각각 면하고 있어 건물의 모든 면이 멀리서도 한 눈에 인지된다. 도로쪽에서 접근하면 제일 먼저 보이는 건물의 동측면은 2단으로 구성된 옥상의 푸른 색감과 저층부에 큰 돌출창의 붉은 색감이 더해져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공주택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모든 세대가 균등한 조건을 갖고 남향으로 큰 창을 갖는 것이 계획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었다. 필연적으로 큰 발코니 창이 남측입면의 전면을 구성하였는데, 겹겹이 겹쳐진 산모양의 난간디자인으로 평이해질 수 있는 입면구성에서 벗어난다.
일조사선의 영향으로 사면으로 계획된 북측면은 군더더기 없는 백색 입면에 핑크색의 돌출창들이 더해져 전면과는 또다른 매력의 간결하고 독특한 외관을 구성한다. 이 돌출창들은 북측면에 계획된 내부의 넓은 공용공간에 빛을 들인다.
화성진안 행복주택은 청년 및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도심의 청년주거 문제에 대한 새로운 주거 모델로 공유주택 형식의 주거환경이 개선된 원룸형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자는 취지로 진행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청년형 행복주택의 첫 걸음이 되는 프로젝트였다.
도심에서 청년들에게 제공되는 원룸형 주택은 대부분 주거의 필수 기능만을 담은 최소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공용 공간 역시 주거세대로 이동하기 위한 이동동선의 역할만할 뿐이다. 전용면적, 세대수, 용적률, 수익성 등의 단어로만 가치평가가 되는 원룸형 주택에 특별한 공간감, 감각적인 디자인, 쾌적한 거주성 등 더 다른 가치를 더해주고자 했다.
주 출입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넓은 진입계단은 자연스럽게 동선을 엘리베이터가 아닌 2층의 공동거실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2층에 위치한 공동 거실은 최상층까지 오픈된 보이드(void) 공간이다. 중앙에 위치한 강렬한 핑크 색상의 계단은 오픈계단으로 계획해 2층의 공유시설이 내려 보인다.
각 세대로 이르는 복도도 한쪽으로는 보이드 공간을 면하고 있어 세대 문을 열었을 때 복도공간에서 하부의 공유 공간이 내려보이게 계획했다. 모든 공용공간은 하나의 유기적인 공간으로 다양한 시선 교류가 이뤄진다. 시선이 향하면 발길이 이어지고 그만큼 심리적인 경계도 무너진다
공간의 크기는 면적으로만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공간이라도 심리적인 바운더리에 따라 넓게 혹은 좁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집중한 것은 원룸의 절대적인 크기가 아니라 심리적인 경계를 넓혀주자는 것이었다.
원룸에서 해결하기 힘든 큰 세탁물을 해결할 수 있는 공동 세탁실과, 다양한 행사와 손님 초대 등이 가능한 공동주방, 작업공간으로도 사용될 수 있는 넓은 테이블 공간, 그리고 독서 및 휴식이 가능한 넓은 공동 거실 등이 공유 시설로 계획되었다.
각기 다른 성격의 세가지 공용 외부공간도 계획되었다. 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휴게공간은 인접대지와 단차가 많이 형성되는 부분에 위치하여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4층에서 접근 가능한 옥상 휴게공간은 벽체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기분이 드는 닫혀있는 외부공간이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최상층에 있는 옥상에 오르면 시야가 넓게 펼쳐진다. 각각의 외부공간은 크지는 않아도 원룸에서 기분전환이 되는 공간이다.
옅고 진한 핑크색 색감은 난간, 가구, 창틀, 벽체 등 다양한 부위에 적용되면서 전체 공용공간을 아우른다. 주거공간에서 보기 힘든 비일상적인 색감은 집을 벗어난 제 3의 공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렬한 색감과 라운지처럼 캐주얼하게 오픈된 공간은 청년주거의 독특함을 담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