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지아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경복궁의 서측에 위치한 효자동은 고즈넉한 동네 분위기에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인왕산과 경복궁의 조망이 가능한 동네다. 과거 모습을 간직한 한옥과 변형된 모습의 상가들, 현대적인 형태로 들어선 새로운 건축물들이 예전 형태를 가진 복잡한 골목 만큼이나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다.
효자동 단독주택 (I Company & House)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건축주가 사무실과 주거 기능을 함께 담는 건축물의 설계를 의뢰해 기존 건축물을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추가 면적을 위한 증축을 동반한 작업이다.
기존 건축물은 1960년에 지어진 마당을 가진 2층 연와조 단독주택이었으며 연접도로의 경계선보다 앞서 지어진 이 건축물은 도로선을 침범하고 있어 꽤 까다로운 리모델링 설계 작업을 필요로 했다.
건축 계획은 기존 건축물을 대수선하여 도로침범 부위 및 증축부 연결 부분을 부분 철거, 정리하고 건축물을 수평 증축해 공간을 확장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두 가지 사용 용도인 사무 공간과 주거는 접근성과 프라이버시 문제를 고려해 1층에 사무실을, 2층과 3층엔 주거 공간을 배치하는 계획으로 진행했다.
건축물은 볼륨상으로 기존 건축물을 철골보강한 대수선부와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새로 지은 증축부로 나뉘는데, 유관상으로 드러나도록 각 부분의 볼륨이 분절되어 있으며 두 부분을 연결하는 곳은 사무실의 입구, 주거 공간 사이의 중정으로 구성되어 두 부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각 볼륨은 저마다의 특색을 나타내는 형태를 취하면서도 서로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기존 건축물의 현황에 따라 제각기 예측하지 못하는 과정을 겪는 리모델링이라는 특수성은 효자동 단독주택의 설계, 인허가, 시공 및 설계감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쓰게 했다. 그러나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축물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그 과정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흥미로운 시간의 산물이었다. 처음 현장을 들러 아이디어를 고민하며 그 지난 시간을 유추하는 과정, 건축물의 내외부 껍질이 벗겨지며 마주하게 된 세월의 모습들은 마치 하나의 살아있는 소설 같다고나 할까.
실제로 부분 철거가 진행되며 기초가 구성되어야 할 1층 바닥 하부에서 옛 부엌의 모습이 발견되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고 기초 구조를 변경해야 하는지 하는 고민의 스트레스는, 아주 예전 이 집에 살았다는 동네 주민 현장 방문객이 들려주는 지난 공간 이야기에 묻혀 버렸다. 그리고 이 집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담았는지 그 후로도 순차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옛 기억을 음미하는 분들이 있었고 그 모습은 매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효자동 단독주택은 그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품고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 앞으로 새로운 건축주의 일과 개인 일상을 동시에 담아낼 것이다. 시간이 기록된 도시인 효자동이란 동네에 아주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 좋은 시간들 보다 행복하고 평온한 시간들이 더 많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