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admobe architect
건축을 결심하다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는 아내의 꿈인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줄곧 아파트 생활을 해온 남편과는 달리, 30여 년의 삶 중 1/3 정도를 단독주택에 거주했던 아내는 결혼 후 오피스텔에 살게 되면서 집이 너무 답답하고 내 집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특히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소음을 들어가며 산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반대로 남편은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했을 땐, 단순히 아내가 원해서 막연하게 호응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남편도 건축 관련 일을 했고, 아내와 함께 살 단독주택을 상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멋진 건물을 지어 살아보고 싶은 욕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실 부부는 대학에서 건축과 실내디자인을 각각 전공했고 남편은 건축 관련 공무원으로, 아내는 인테리어 설계를 직업으로 갖고 있었다. 부부는 수원시 구도심에 햇볕이 잘 드는 반듯한 땅을 장만하고 건축가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의 취향과 꼭 맞는 프로젝트를 설계해 온 건축가를 찾았지만,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뻘인 분과 일을 하려니 처음에는 망설임이 앞섰다고 한다. 동시에 조그마한 집을 짓는데 큰 설계비를 지불하면서까지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꿈꿔오던 집을 짓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처럼 살펴줄 건축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결국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부부의 요구사항은 단순했다. 2~3층 규모의 단독주택, 방은 3개 정도. 차가 비를 맞지 않았으면 하고 형태가 단순해도 구조가 흥미로운 집을 원했다. 건축주가 요청했던 것 중에 귀에 들어오는 몇 가지가 있었다.
“귀여운 아치형 창문이 포인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문이 있었으면 합니다.”
대문은 공사비의 압박으로 추후에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아치가 있는 진짜 내 집
이 집의 1층은 거실과 주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이한 점은 현관의 신을 벗는 공간이 넓은데, 이는 신발장과 거실의 경계를 허물었기 때문이다. 거실이 바로 신발장인 셈이다.
거실은 화분을 이용해 화초를 키울 수 있도록 바닥을 타일로 마감했고, 낮은 단을 주어 주방과 식당 공간을 구분 지었다. 주방과 식당 공간의 마감재는 합판을 선택했다. 바닥과 천장을 비슷한 톤으로 통일시켜 거실과 분리된 느낌을 연출했다.
1층의 중앙에는 4개의 기둥이 있다. 4개의 기둥은 구조적인 받침대 역할을 하면서 건물의 중앙을 관통하는 보이드void 공간을 지나, 지붕에 설치된 천창으로 연결된다. 그 결과 햇볕은 지붕을 지나 1층까지 닿는다.
2층의 좌측에는 두 개의 방이, 오른쪽에는 드레스룸 영역이 있다. 두 개의 방은 슬라이딩 도어로 서로 연결되는데, 가까운 미래에 아이가 생기면 독립된 방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드레스룸은 분리형 샤워실, 화장실이 있고 세탁실과 파우더 룸이 함께 있다.
남쪽 공간은 윈도우 시트를 크게 설치하고 ‘테라스’라 이름 지었다. 테라스는 집안의 모든 곳이 한꺼번에 보이는 곳으로 천정의 둥근 아치를 볼 수 있다. 3층은 방 하나가 있고 이곳에 욕조를 두었다.
건축주는 옥외 테라스를 생각 했지만 비용과 유지 관리를 고려해 실내로 만들면서 바로 옆에 천창을 두어 옥외 느낌이 나도록 하였다. 3층에서는 2층의 둥근 아치와 함께 1층의 거실을 볼 수 있다.
집안 가득 빛이 가득해 이름을 ‘환영가桓煐家’로 지었다. 건축주 부부도 집과 함께 환한 일상을 보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