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아에아건축사사무소 AEA Atelier Espace Architectes
화전 어린이도서관은 남해의 초록이 비탈진 680여 개의 논이 펼쳐져 있는 다랑이논을 모티브로 한 도서관 계획이다. ‘다랑이’는 비탈진 곳에 있는 계단식으로 좁고 긴 논배미란 뜻으로, 이를 건축적으로 해석해 설계 과정에 담고자 하였다. 공간에 다랑이를 구현해 놓음으로써 어린이도서관은 만남과 즐거움 그리고 소통이 함께하는 주민과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놀이터와 같은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지 주변에는 화전도서관 본관을 포함하여 여러 공공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따라 어린이도서관은 내부 공간뿐 아니라 대지의 형상에 따라 다양한 외부 공간을 계획해 이용자 및 방문자 또는 지역 주민들에게 열린 공공건축물로서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유기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집중했다.
내부 공간은 개별 실의 개념이 아니라, 중정인 하늘마당을 중심으로 하나의 공간 안에서 높낮이를 달리하며 영역성을 갖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였다. 대지의 경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용자들이 도서관 내부에서 다양한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진입 마당에서 로비 공간으로, 실내 놀이방에서 놀이데크와 야외 놀이터로, 동선이 내외부를 넘나들며 내부 공간의 경험들이 외부 공간으로 이어진다. 끊김 없이 도보로 이어지며 소통하는 공간은 도서관을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놀이터처럼 만들었다.
내부 공간의 구성뿐 아니라, 독서를 실내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독서 마당과 독서 테라스가 1층의 진입 마당에서 수직으로 연계된 이유이다.
또한 봉강산을 바라보는 전망 브릿지는 3층의 내부 공간을 독서 테라스, 2층의 독서 마당을 시각적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 어린이도서관을 유기적인 공간 구성의 흐름을 바탕으로 설정된 ‘커뮤니티 루프’라는 개념을 적용했다. 그 결과, 도서관은 각각의 실로 구축되지 않는 순환적 공간, 하나의 건축 안에서 유기적으로 활동이 이어질 수 있는 공간, 남해의 지리적 특징인 다랑이논을 재해석해 다양한 레벨이 결합한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