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 & 자료. 얼라이브어스 건축사사무소
동해대로를 따라 강릉에서 양양으로 이동하다 보면 그리드가 입면을 이루는 건물을 볼 수 있다. 건물은 오랫동안 한적했으나 서퍼들이 모여들며 북적이기 시작한 마을 초입에 자리한다. 다소 적극적인 입면 노출로 마을의 얼굴이 바뀌었지만 건축의 역할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데에도 있으므로 간결하고 정돈된 디자인으로 지역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 주변 학교와 숙박객의 시선이 겹치지 않으면서 바다로의 조망을 확보하도록 배치하고 창호 계획 역시 테스트를 거쳐 주변 환경을 세심히 고려했다.
변주가 주는 리듬감
브루탈리즘의 기원이 단순한 외장재를 통한 친환경의 구현이든, 장식보다 재료, 질감, 구조에 중점을 둔 미적 접근이든, 현대 건축의 여러 디자인 접근법 중 주류를 이루는 방식의 근원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건물의 디자인은 거창한 브루탈리즘이라기보다 면과 선 그리고 간결한 그리드를 통한 입면의 구현이라는 다소 간단한 접근 방식을 따른다.
작은 변주에 의한 리듬감은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이용되는 방식이지만 비례와 마감 수준에 따라 완성도가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 늘리고 줄이고를 반복해야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단순한 듯하나 건물 배치, 면과 그리드의 리듬감으로 결코 단순하지 않은 결과물이 완성됐다.
효율성 없는 작업
건축 설계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직관이 현실이 되는 위대한 건축가들이 있는 반면, 작은 아이디어를 비집고 파헤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해 디자인 결론에 도달하는 건축가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쿠퍼가 외계 행성에서 ‘very efficient’한 착륙을 위해 ‘very graceful’한 방식을 포기한 것은 위대한 건축가와 같이 직관을 구현하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 프로젝트의 접근 방식은 efficient하지도 graceful하지도 않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5년이 흐르는 동안 미세한 변경을 반복한 끝에 완성에 이르렀다.
면과 선이라는 근본 요소로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입면의 멋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재료가 노출콘크리트라는 결론을 내고, 레스토랑과 객실의 인테리어 설계사 그리고 발주처와 함께 시공 현장에서 수차례 고민했다. 송판 노출면의 사이즈 패턴과 패턴 깊이, 송판 노출면과 유로폼 노출면의 구간 분할을 지난할 만큼 반복 테스트했고, 만족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했다. 그 결과, 다소 극단적인 그리드 배치와 과감한 면의 교차는 시야에 따라 두 가지 파사드로 이용자에게 재미를 제공한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롱스토리숏에서 대비 효과에 주안점을 두고 진행했다. 로비와 레스토랑은 단색 외벽과 달리 빨강과 반사철제를 주 소재로 사용해 이용자에게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객실 복도에서 이용자는 건축물이 갖는 기본 그리드와 원색의 도어 색상을 통해 대비적 디자인 요소를 경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