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인턴 글 & 자료. 안수인건축사사무소 An architect
사방탁자 모서리의 모여든 여러 부재. 결구를 풀어 살펴보면 단순해 보이는 외관과는 대조적으로, 각 부재가 톱니바퀴처럼 서로를 얽은 채 복잡하게 맞물린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결구헌結構軒은 탁자의 모서리에 모인 각 부재의 결구처럼, 도로의 길모퉁이 땅에 모인 각 기능과 공간 사이의 결구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집이다.
구성
평범하게 북적이는 2종 일반주거지역 동네에 위치한 결구헌의 1, 2층은 근린생활시설 3, 4, 5층은 다가구주택이다. 임대 가구에 큰 비중을 두고자 했으나 세 개 층의 다가구 주택 중 4, 5층을 건축주의 거주공간으로 할애하면서 남은 층수는 한 개 층 뿐이다. 그리하여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3층은 면적 대신 공간을 키운다. 채광과 향, 공간과 동선을 고민하여 각 가구를 나누고, 여유 있는 2층의 면적을 감안하여 스킵플로어를 적용한다. 이는 지층에서 높은 층고의 근린생활시설과 맞물리며 가로변으로 개방감 있는 공간을 선사한다. 레벨 차이로 인한 유격으로 1층과 2층 사이에는 소통할 수 있는 틈이 생기고 이를 엮어 하나의 공간으로 묶어준다. 각 용도에서 필요한 공간은 단순히 수평의 층으로 구분되지 않으며, 필요한 부피들을 쌓아서 적합하게 공간을 서로 얽어 나간다.
저층부
도시와 건물은 지층에서 소통한다. 상가를 이용하는 손님에게, 주택에 사는 거주자에게, 그리고 동네를 오고 가는 이웃에게 1층은 마중 나온 공간이 된다. 건물 안쪽 다가구주택의 주출입구는 높은 층고로 시원하게 열린 진입로와 함께 전면으로 나온다. 건물의 네 귀퉁이를 덜어낸 곳에는 각각 화단이 있고, 도로의 모퉁이를 열어 출입구를 둔 1층의 근린생활시설은 가장 전면에서 동네와 마주한다. 지층과 접하지 않은 2층의 근린생활시설은 임대를 고민한 건축주의 요구에 의해 그 면적을 줄이고, 줄어든 면적만큼 1층의 천장을 높인다. 그 높이를 온전히 밖으로 열어 동네와 마주하는 표면을 키운다. 2층에서는 1층 너머로 동네를 바라보게 되고, 2층의 근린생활시설은 지층과 접한 아래층과 묶여 하나의 공간이 된다.
중층부
3층의 다가구주택은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스킵플로어를 적용한다. 현관과 같은 레벨에 화장실과 침실이 있고, 거실은 반 층 아래로 다락은 반 층 위로 놓인다. 그 사이 공간은 높은 층고만큼 세로로 긴 창으로 온전히 열어 개방감을 더한다. 모든 가구는 켜를 두어 외벽으로부터 뒤로 물러난 공간을 갖는다. 이 공간은 건물의 모서리에서 시선을 차단하는 가벽이 되기도 하고, 각각의 가구에서 외부와 마주하는 발코니가 되기도 한다.
상층부
4, 5층의 주택은 도시 위로 올라선 전원주택처럼, 전면으로 시원하게 열린 창문과 여유롭게 자리한 다양한 외부 공간을 그린다. 4층은 전면을 향해 전창을 내고 아래층처럼 한 켜를 뒤로 물러 얇고 긴 테라스를 둔다. 그 바깥으로 난간이 되는 낮은 시선의 담을 쌓아 도시와 완충 공간을 만든다. 5층에서는 외부공간이 더 안으로 파고들어 중정을 만들고, 안쪽을 향해 시선을 연다. 5층의 침실은 마당을 향해 환히 열리고, 마당으로 떨어지는 햇빛은 복층으로 시원하게 뚫린 4층의 거실까지 파고들지만, 시선의 높낮이 차이로 4층 거실의 어머니와 5층 침실의 아들의 시선이 교차하지 않는다. 이렇게 비워 낸 외부 공간들로 개방감과 동시에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며 시각적으로는 더 큰 공간을 향유한다.
구조
구조는 각 공간 결구의 틈을 따라 흘러내린다. 다시 말해 공간의 중앙을 관통하는 구조체가 없도록 공간을 얽은 사이로 구조를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건물의 중심을 받들고 있는 기둥은 1층의 근린생활시설 중앙에 서지 않고 2층에서 전이되며, 다가구주택의 내부 구획은 기둥이나 구조벽이 아닌 칸막이로 세워진다. 공간의 중앙에 하나의 기둥을 세우는 것은 바둑의 첫 수처럼 공간을 사용하는 정석을 만든다. 하지만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은 임대 공간에서 필요한 것은 정해진 공식이 아닌 유연한 가능성이다. 실내의 벽체는 공간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