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인턴 글 & 자료. 에이엔디 건축사사무소 AND
Image | 이미지의 형식으로서 회화
작가 서용선의 작품 전시와 아카이브 및 출판사를 위한 공간을 의뢰 받은 후 나는 무엇보다 그의 작품과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단순히 그 기능을 충족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건축하는 방식에 작가의 고유한 태도와 시선을 새겨 넣고 싶었다. 그로 인해, 이 건축이 한 예술가가 발견하고 열망한 회화의 세계로 초대하는 하나의 사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술이 일상의 공간과 삶에 던지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캔버스와 전시 공간 밖으로 확장하여 건축과 도시로 편입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Perspective | 이미지화의 형식
‘이미지를 만드는 형식을 넓히는 행위’ 라는 말에 대해 공간 이미지를 만드는 건축가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용선의 작품은 현실의 3차원 공간을 캔버스에 2차원 이미지화 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로 가득하다. 실재를 여전히 알아볼 수 있도록 완전히 추상화 시키거나 개념화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적 혹은 원근법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포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시와 실내공간 그림에 자주 보이는 격자 형태의 선들은 투시도적인 공간지각을 형성하는 듯 하나, 실재 공간의 재현으로 가지는 않는다.
Perception | 공간의 이미지화와 지각방식
그의 그림을 보면서 익숙한 공간지각과 이미지에 대한 ‘의문과 비틀기’는 이 건축물을 설계하는 방향이 되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어떤 원초적 감각으로서 강렬한 원색의 선과 덩어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빨간색은 대상을 여백과 분리하기도 하고 연결하기도 하며, 사실적이기도 하고 추상적이기도 하면서, 상징적인 동시에 심리적이다. 나는 그러한 생각을 드로잉과 유화를 통해 표현하고 재구성하며, 건물이 서있는 방식 혹은 건축적 경험으로 전환할 지점을 탐색했다.
Context | 움직임에 따른 시선과 공간지각
납작한 사각형의 건물은 마을 입구 도로변에 위치하여 접근하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다. 정면에서 볼 때 건물은 마치 평면에 그린 정육면체처럼 지각된다. 마치 떠 있는 거대한 박스를 밑에서 올려다보는 2차원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가늘고 긴 거푸집의 철저한 격자 패턴, 이음매 두께가 없어 보이는 격자창의 구멍들, 그리고 모든 창과 난간 등의 디테일까지 칠해진 붉은색은 건물의 3차원적 파사드를 2차원적인 정육면체의 이미지로 만든다. 화가가 직접 조색한 반투명의 붉은색을 건물의 거친 노출콘크리트 외피에 여러 번 중첩하여 이 건물은 화가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2차원적 3차원’의 이미지가 된다. 공간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박스 형태를 가진 거대하고 원초적인 이 붉은색 덩어리는 익숙한 동시에 낯설다.
Façade | 2차원적 정육면체의 입면
나는 건축물이 서 있을 대지 주변의 초록색과 노란색 산이나 파란색 하늘에서 자주 보이지 않는 붉은색의 덩어리가 작가 특유의 감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판단했다. 익숙한 벽돌의 붉은색이 아니라, 거대하고 거칠고 원초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어야 했다. 그것이 우리가 익히 알던 건축물, 나아가 물질과 색과 빛에 대한 지각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System | 화가의 공간과 실재(real)공간의 만남
좌우로 긴 사각형 모양의 내부 좌측에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우측에는 직통 계단이 있고, 중앙에는 전시나 사무 공간이 배치되어 있다. 기울어진 기단부를 형성하는 1층은 홍수 침수 레벨 이어서 피트pit 와 동선으로 사용되고 옥상은 외부 전시와 주변 풍경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좌우로 분리된 수직 동선과 각층의 수평 동선은 향후 전시나 쓰임새에 따라 다양한 동선과 공간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외부를 보는 개구부는 내부에서 주변 환경을 다시 회화적으로 만나게 한다. 배면에 규칙적으로 뚫어져 마을 풍경을 보여주는 사각형 창은 전시가 열릴 때는 그림의 이미지로 대체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