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아뜰리에 이치 Atelier-ITCH
주택가 골목길 끝자락에 자리한 죠죠하우스는 1층 20평, 2층 15평의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기존 건물의 형形과 색色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었다. 건물 밖 도로변과 담장 안 테라스, 2층 테라스에 식재를 풍성하게 심어 건물을 감싸는 형태를 그려냈다. 이는 한낮에 식재의 그림자만으로 실내가 풍성하고 다채로워 보일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입구 처마와 2층 난간은 선을 최소한으로 긋기 위해 금속 소재를 사용했고, 집으로 들어서는 출입구를 안쪽으로 밀어 넣어 문을 여는 행위가 감춰질 수 있도록 유도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했다.
죠죠하우스는 30대 부부와 강아지 죠죠가 거주하는 집이다. 그래서 층간 경계, 즉 벽이나 문으로 공간 분리되는 것을 최소화해 강아지 죠죠가 언제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는 집으로 계획했다. 또한 손님이 왔을 때를 대비해 손님방과 욕실이나 옷장처럼 기능을 위한 공간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실 구획이 없도록 했다. 1층으로 들어서면 어둡고 긴 통로, 그리고 통로의 끝에는 어두운 목재 소재로 감싸진 실내 정원이 보이도록 구획했다. 통로의 양옆으로는 신발장을 겸하는 수납장으로 계획하되, 시야가 답답하지 않도록 상부장과 하부장 사이로 거실이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그 뒤로는 주방이 들어서 있는데 주방 싱크대와 신발장이 하나로 연결되는 듯하지만, 기능적으로는 완전히 분리되도록 계획했다.
1층 거실에서는 두 개의 테라스가 보인다. 외부와 면하는 작은 야외 테라스와 신발장 입구 쪽에 구성된 톤 다운된 실내 이끼정원이 있다. 이끼정원으로 구성된 곳은 건물의 정화조가 자리 잡고 있다. 정화조를 외부로 이설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비용 측면을 감안해 그대로 둔 채로 반 야외의 공간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덕분에 성격이 다른 두 개의 정원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했다.
1층과 2층의 경계에 계단 한 칸 크기의 디딤돌을 두었다. 이는 목재로 된 1층과 2층 사이에 성격이 다른 석재를 사용함으로써 층의 경계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디딤돌과 자작나무 합판으로 벽과 천장이 감싸진 계단실을 지나면 2층에 다다른다. 계단실과 작은 서재의 벽과 천장은 자작나무 합판 소재로 마감했다. 나무 본연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고 창을 통해 자연스레 유입되는 따스함이 실내를 메우도록 했다. 침실과 계단실 사이에는 벽으로 구획되지 않는 서재를 두어 침실과 서재가 통할 수 있도록 했다. 2층 전체 공간을 넓은 침실로 구획하고 침실에서 드레스룸과 욕실로 들어갈 수 있는 도어를 히든 도어로 설계하여 침대에 누워 빔프로젝터를 사용해 저녁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욕실의 큰 창 앞에는 시선을 가릴 수 있는 대나무를 심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욕실이 되도록 계획했다. 주말 나른한 오전 시간, 빛과 대나무 그림자가 일렁이는 욕조에서 샤워는 이들의 주말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2층 테라스로 나서면 다채롭고 풍성한 식재와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정원에서 죠죠와 부부는 햇빛을 맡으며, 작은 정원의 자연에서 풍성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디테일에 예민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삶을 산다. 출근길의 하늘, 매일 걷는 길가에 생긴 변화를 인지하는 것,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제스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는 것 등 섬세한 사람의 삶은 훨씬 잘게 쪼개져 있고 감각이 세분화되어 있다. 섬세하다는 것은 무언가를 정확하고 풍요롭게 누리는 것이기도 하다. 사소한 디테일과 숨겨진 배려를 담아 이 공간에서 거주하는 동안 찰나의 감동이 느껴지고, 그 감동이 쌓여 풍부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