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아티펙트 ATFT
중력을 버텨내면서 더 크고 높은 공간을 만들려는 인간의 욕망이 건축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행위를 기반으로 하기에 중력과의 투쟁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으니, 건축 기술 발전의 역사는 곧 자연의 모든 저항을 이겨내온 길고도 긴 하나의 서사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디자이너가 쌓아올리며 중력을 이겨내온 경험과 역사를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고백하건데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이 프라이빗 바 & 다이닝 프로젝트는 좋은 건축을 열망하고 디자인의 경계를 확장해 온 디자이너의 실험과 도전 그 자체이다.
상업 공간을 디자인 할 때에 디자이너는 종종 스스로를 건축가, 혹은 더 나아가 도시계획가 같다고 여길 때가 많다. 디자이너에게 전달되는 각종 요구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건축주가 요구하는 공적인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영역이 있을 것이고, 그것을 소비하기 위한 사적인 영역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영역들이 교차 되는 지점 혹은 그 주위를 순환할 수 있는 동선이 있고, 적당히 각각의 요소를 분리하기 위한 분절 계획도 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들을 처리하기 위한 영역도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계획master plan이 장식적인 요소보다 본질에 가깝다고 언제나 믿어왔다.
오래 방치되었던 창고와 같은 공간에 많은 것을 더하고 싶지 않았다. 서비스 공간과 고객을 위한 공간의 분리, 바Bar이면서 동시에 다이닝 테이블이 될 수 있는 다기능성, 투명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공간의 개념을 명확하게 나눠줄 수 있는 무언가를 단 하나의 구조만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잘 만들어진 구조가 주는 힘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늘 명쾌하고, 직관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태생적으로 알고 있다. 마감은 이러하고, 조명 계획은 저러하고 식의 지루한 설명이 의미 없다는 것을 모두가 직관적으로 깨닫길 바랐다.
캔틸레버 구조로 된 건축물을 사진으로 보았을 때 경탄해 마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동시에, 그 건축물을 실제로 보았을 때 예상 외로 평범해서 의아했던 기분도 생각난다. 그 건축물이 너무 거대해서, 내가 체감할 수 있는 스케일을 넘어섰고, 실제로 보았을 때는 마치 그게 당연한 듯 느껴졌던 탓이었을 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