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자료. 소보건축사사무소
길음역 북측, 대규모로 들어선 길음뉴타운 아파트 단지 사이에는 저층 주거지가 남아 있다.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던 골목은 맞은편 아파트 단지 대응하여 점차 저층에 상점을 갖춘 점포주택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건축주 남매는 이 골목에 노모와 함께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반석집’은 흩어져서 생활하던 가족이 다시 어머니 곁에 모여 살고자 계획된 공간이다. 다가구주택이지만 임대 세대 없이 가족의 거주 공간만으로 구성하기로 했기에 작은 상점(반석) 위에 올라앉은 한 채의 단독주택과 같은 느낌을 꾀했다. 특별한 표정이 없는 골목에 들어설 집의 1층에는 주변과 같이 최소한의 임대 수익을 위해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했다. 특별함은 상층부를 통해 만들어냈다. 1층과 상층부의 서로 다른 재료 사용 뿐 아니라 건물의 크기, 공간 구성까지. 집의 인상을 결정하는 많은 부분이 이미 여기서 결정됐다.
상업 용도인 1층은 도로에 면하게 배치하고 밝은 타일로 마감해 인지성을 높였다. 좁은 전면도로에서 자칫 방문자 동선이 혼잡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상점 출입구는 건물 코너부에 사선 방향으로 내 구분했다. 1층은 밝은 흰색 타일을 이용해 반석처럼 단단하게 마감하고, 그 위로는 인근의 벽돌 건물들과 어우러지도록 붉은 색의 작은 집을 올려두고자 했다. 예산 문제로 벽돌 대신 외단열 마감재를 사용했지만 개구부 크기 등을 통일해 주변의 리듬을 이어가고자 했다.
평생을 단독주택에서 살아온 건축주 어머니를 위해 주택의 주출입구는 외부 계단으로 분리해 도로에서 전이 공간을 지나 집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주출입문 통해 들어선 내부 2, 3층에 두 가구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법규나 예산의 제한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지만, 새로 들어서는 집이 주변과 어우러지는 스케일이기를 바랐다. 내부 계단을 통해 나갈 수 있는 옥상 테라스에서는 동네의 낮은 지붕선들을 같은 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다. 계속되는 재개발 가운데 이 프로젝트가 위치한 블록만큼은 지금과 같은 높이와 스케일로, 지역의 숨통을 터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