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봄 건축연구소
사람이 주인공인 집
건축가는 자신이 설계한 ‘양평사색’을 떠올리면 네 명의 건축주 요청 사항이 담긴 2년 전 첫 만남 때의 회의록 첫 페이지가 기억난다고 한다.
“미니멀한 매스, 넓은 시야각, 넓은 주방과 거실, 마당으로 확장된 거실 공간…”
그리고 이 다음 줄을 보자마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맛있는 것 먹고 행복한 시간 보내기.”
사색四色과 사색思索
양평사색은 두 부부를 위한 주말주택으로, 네 명이 머리를 맞대고 지은 집의 이름 양평사색은 사색四色과 사색思索을 의미한다.
사각의 떠 있는 매스와 숨겨진 사각의 중정들을 품고 있는 이 집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이름이다.
가장 심플한 박스
건축가는 양평사색의 건축이 이곳에서의 일상과 그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담는 그릇의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랐다.
4.5미터의 기둥 없는 테라스 공간, 풍경의 파노라마를 만들어내는 노출콘크리트 담장을 만들기 위한 공학적 해결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건축적 형태는 어떤 말을 걸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극히 중성적이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절제미가 돋보인다.
밀려오는 풍경
1층의 투명한 유리, 그 위에 비밀의 중정을 품고서 마치 떠 있는 듯 보이는 육중한 사각형의 덩어리가 둔중하면서도 고요하게 다가온다. 거실에서 마당을 바라보면 시선을 따라 노출콘크리트의 담장과 긴 처마선이 풍경을 그림액자처럼 담아내고, 시네마스코프Cinema Scope의 화면비로 풍경은 안으로 서서히 밀고 들어온다.
일상의 모습들
클라이언트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양평사색 건축주의 스냅사진을 보고 있자면, 전문가에게 의뢰해 찍은 그 어떤 건축 사진보다 근사하다.
파티하고, 수영하고, 즐기고, 일상의 행복한 사진들. 그 배경에 어려있는 건축의 흔적을 보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