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인턴 글 & 자료. CIID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조이트로프Zoetrope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협업으로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곳이다. 콘텐츠 제작의 특성상 낮과 밤 구분 없이 긴 시간을 사옥 안에서 보내게 되는데, 그런 직원들의 창의성을 독려하기 위해 공감각적 경험을 통한 자극과 업무와 업무 사이 개인의 피로를 낮출 여유가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고민하였다.
도심의 공간은 건폐율, 용적률, 일조권 사선제한, 높이 등 각종 규제 안에서 최적의 크기와 높은 밀도를 요구한다. 특히 오피스 공간은 가구 배치의 효율성을 위해 네모반듯한 공간, 분리된 수직동선으로 획일화된 구조를 갖출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최우선해야 할 과제는 ‘효율’이 아닌, 공간을 통한 다채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조이트로프Zoetrope는 여러 장의 그림을 회전시켜 움직이는 환영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초기 애니메이션 기구로, 겉에서 보았을 때는 알 수 없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계속해서 바뀌는 그림들이 연속으로 움직이는 장면Scene을 만든다. 주거지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 건축물 역시 겉으로 보았을 때는 무심한 벽으로 인지된다. 반면에 건축물 안에서는 내외부가 중첩된 장면과 계단을 오르내리며 이어지는 유연한 시선으로 크리에이터들이 이곳을 탐험하며 자신만의 경험으로 공감각적 기억을 축적할 수 있도록 우리는 세 가지 요소를 이용해 공간을 구축했다.
안과 밖의 경계에서 감상의 대상이 된 벽(wall)
우리는 주변 주거지와의 자연스러운 조우로서 서로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 ‘벽’이라는 건축 장치를 이용했다. 이 벽은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편집된 풍경을 보여주기도 하고, 일조의 시간대에 따라 다채로운 그림자를 연출해 생경하게 느껴지는 스크린이 되기도 한다. 인접 건축물의 마당과 벽, 그리고 창의 위치를 고려해 철저히 계산된 비례와 개폐 범위로 구조물을 구성했다. 옛 주거건축물의 주된 재료인 기와의 오목한 곡선의 느낌을 차용했고, 형태에 따른 이질감을 텍스처를 통해 줄이려 했다. 이렇듯 주거지에 녹아든 파사드는 완전한 가림막이 아닌 틈 사이로 보이는 일상을 필터링 하는 역할로서 조화를 이루고자 했다.
빛의 중첩이 시나리오가 되는 선큰(sunken)
하늘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사람의 시각에서 보지 못하는 깊이가 다른 보이드 세 개를 발견할 수 있다. 3미터 이상 고저차를 이루는 전면도로로 인해 건축물의 절반이 지하에 묻히게 되어 건축물의 입구와 로비가 지하 1층이 되고, 이를 비롯한 주요 시설을 지하에 둘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시설인 스튜디오 촬영 공간을 넓은 공간과 높은 층고가 마련된 지하 2층에 배치했다. 환경적으로 기피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지하 공간에 과감하게 세 개의 선큰을 교차 배치해 빛과 자연환기로 쾌적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환경을 만들었다.
일상의 환기가 되는 계단(stairway)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엘리베이터, 화장실 배수관과 같이 수직적으로 연결이 필요한 곳을 한곳에 모으되, 계단을 야외로 만들어 사옥이 층마다 갖기 어려워 하는 야외공간을 산책로처럼 계획했다. 계단 양 옆이 열려 있어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각 층을 이동할 수 있다. 계단의 끝은 하늘과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와 넓은 데크로 구성했다. 계단을 통해 내외부로 자연스러운 업무의 환기가 가능해지고, 장시간 근거리의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일할 수 밖에 없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잠시나마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넓고 시원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길 기대한다.
위 세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이 건축물을 사용하며 하루하루 쌓인 경험과 익숙함은 어느새 각자의 상상을 통한 자기만의 맵을 완성하게 유도한다. 이는 비로소 조이트로프를 각자가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이 건축물이 크리에이티브한 그들에게 다양한 배경이 되어 더욱 풍부한 일상 그리고 효율적인 업무환경으로 즐거운 놀이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