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객원 글 & 자료. 동감 건축사사무소 Donggarm Architects
경리단길은 한때 다양하고 개성 있는 레스토랑, 카페 거리가 형성된 상권이었다. 최근 코로나19 등 이유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 예전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현장을 처음 둘러보면서 이 건물이 희망의 씨앗을 뿌려 이곳을 시작으로 ‘경리단길’이 다시금 많은 사람들이 애정하는 동네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프로젝트 이름을 ‘나봄: 봄에 태어나다’로 정했다.
나봄은 골목길을 끼고 인접대지로 일부 파고 들어 ‘L’자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로에서 바라본 대지는 시각적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다채로운 공간을 만나게 된다. 1층과 2층의 지형차로 생겨난 움푹 파인 채광 마당, 옹벽과 이웃집 담장으로 포근하게 감싸져 있는 2층 작은 마당, 층별로 다른 면적차로 생겨난 전망좋은 4, 5층 테라스는 골목에서부터 연속된 길과 계단으로 자연스레 경험할 수 있다.
기존 건물의 특색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한 외장재를 선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어떤 외장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장소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것은 물론, 바닥, 도장, 각종 부자재 등 건물의 다른 요소와 연동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최종적으로 ‘따스함’이 표현된다고 판단된 ‘레드롱브릭Red Long Brick’을 선택했다. 재료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고자 세로 줄눈 없이 마무리했다. 1, 2층 외부 바닥마감도 같은 재료를 사용해 대지와 건물이 일관성 있게 인식되게 하고자 했다.
빛은 존재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바꿔주는 중요한 요소다. 낮에는 햇빛의 방향에 따라 그림자가 생기면서 다채로운 장면이 연출된다. 하지만 나봄은 빛이 제한적으로 들어와 다양한 장면을 포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저녁이 되어 어두워졌을 때, 조명을 활용해 낮과는 다른 개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설계 단계부터 철거가 어려워 그대로 둔 얇은 처마 부분을 포인트로 살려 띠 조명과 붉은 벽을 비추는 포인트 조명을 설치했다. 밤에도 존재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는 역할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