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이영은 학생인턴 글 & 자료. 스노우에이드 건축사사무소 Snow AIDe Architecture
서울의 북동쪽에 위치한 중곡동은 서쪽으로 중랑천을 접하고 동쪽으론 용마산, 아차산을 접하는 지형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다 할 특징이 있는 동네는 아니었다. 지난 30여 년간 특별한 변화 없는 서울의 1980~90년대 모습이 남아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곳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의뢰인은 연로하신 부모님이 거주하는 낡은 건물이 안쓰러워 새로운 건물을 짓고자 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대로변에 위치한 낡은 3층 건물은 큰 건물들 사이에 끼어 움츠러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의뢰인은 이곳에 부모님을 위한 집과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원룸 및 상업 공간을 만들기를 희망했다. 직사각형의 긴 대지는 서쪽에 능동로를 접하고 있고 나머지 면들은 모두 다른 건물들에 접해 있어 채광이나 전망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대로를 접하고 있는 서쪽 면이 직사각형 대지의 짧은 변이지만 유일하게 개방된 면이어서 모든세대들이 서쪽 면을 접하게 해야 했다.
그러나 임대 세대들을 대지의 장방형으로 일렬 배치한다면 이웃한 교회의 측벽을 매일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기에 임대 세대들이 그나마 열려있는 능동로의 전망과 채광을 조금씩 나눠 갖도록 하고자 했다. 그 결과 임대 세대 유닛들을 일렬로 배치하는 대신 조금씩 이격해서 배치하여 모든 유닛에서 최소한의 조망과 채광이 가능한 계단 형태가 합리적 선택이었다.
계단 형태의 입면은 5개의 모서리를 만들고 모서리를 둘러싼 코너 창은 서로 다른 삶의 풍경을 내비친다. 코너 창과 이어지는 역삼각형의 창은 전망과 채광을 최대화하면서도 개방과 가림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다. 능동로에서 보이는 서쪽 입면은 다소 육중해 보일 수 있는 형태이기에 벽돌 타일과 금속 채널을 이용해 사선 패턴을 강조하여 긴장감을 부여했다.
다음으로 풀어야 하는 것은 좁은 대지 폭으로 인한 주차 공간의 효율적 계획이었다. 지하에 주차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1층을 비워 주차를 최대한 풀어보는 것을 기본적인 형태로 잡고 설계를 시작하였다. 의뢰인이 요청했던 프로그램은 1층에 작은 카페를 위한 공간과 2층과 지하에 임대공간, 3층과 4층에 임대주택 및 5층에 부모님 거주 공간의 구성이었다. 전체적인 구성은 단순하였으나 결국 주차에 대한 해결이 규모를 결정하는 상황이 되어 최종적으로는 지하를 제외하고 임대주택의 숫자를 조정하여 설계로 진행했다.
임대 세대 유닛의 배치와 주차를 통해 기본적인 형태와 규모가 정해진 후 5층 주택 디자인을 진행했는데 마당 있는 집을 원하셨던 부모님을 위해 남동쪽에 아차산이 보이는 베란다 공간에 우드 데크와 조경 공간을 만들고 2면이 개방되는 거실은 데크 공간을 마주하여 경계 없는 거실과 외부 공간을 만들었다.
거실 뒤쪽으로 주방과 식당이 배치되고 작은 게스트룸을 지나 능동로를 마주하는 위치에 마스터 룸이 위치한다. 식사 공간 뒤에 작은 계단을 통해 다락으로 연결되는데 이 공간은 부모님을 뵈러 오는 가족들을 위한 공간이다. 층고가 낮은 다락은 답답한 공간이 될 수 있기에 거실 쪽으로 유리 벽을 설치해 채광이 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