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객원 글 & 자료. 포머티브 건축사사무소
제주의 주거는 공간 배치와 사용하는 재료가 육지와 다르다. 가장 보편적으로 보이는 전통 주거방식은 현무암 자연석으로 이루어진 돌집이다. 외부는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내부는 제주에서 구할 수 있는 삼나무 각재와 서까래로 이루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한옥과 같은 중목구조 방식이지만, 한옥보다 구조재의 사이즈가 작고 기둥과 기둥 간의 거리가 짧다. 외장재로 쓰였던 현무암 자연석은 외부 경계를 이루는 돌담으로 쓰여 마치 내외부를 흐르듯 집의 경계도 되지만 내부 공간을 구분하고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제주 동남쪽 중산간 작은 마을 귤밭에 위치한 스테이 ‘의귀소담’을 준비하면서 제주의 옛집에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옛집의 구조 체계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외부재료나 공간배치 지붕구조의 노출, 돌담 등을 통해 제주의 옛집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옛집의 구조 방식은 짧은 기둥사이의 거리, 재료의 무거움 등으로 인해 개방감이 줄어 들고 합리적인 공간 구획을 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의귀소담은 콘크리트, 철골, 목구조를 이용해 개방감과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내외부 공간을 구획하는 방식으로 현무암 자연석으로 쌓은 겹담을 이용했고, 돌담은 집 내부까지 확장되어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것은 내외부 공간이 좀 더 확장되어 사용자들에게 인지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다.
지붕은 목구조를 노출시켜 목조 건물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였으며, 서까래를 통해 목구조의 공간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했다.
외부 주차공간에서 제주 옛집의 올레길을 따라 들어가듯 돌담과 너와 벽면 사이의 길을 걸어, 목구조의 짧은 회랑으로 구성되어 있는 공간을 관통하여 마당으로 진입하게 된다. 대문이 없는 대신 회랑과 돌담으로서 경계를 둠으로써 제주스럽게 외부의 출입을 차단하고자 했다.
의귀소담의 배치는 ㅁ자형의 평면 구성으로 내부공간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중정을 거쳐야 한다. ㅁ자형 한옥의 형태 중 2면은 열려 있어 여닫는 방식으로 외부 공간을 확장해서 활용할 수 있다. 귤나무와 대지 경계에 서 있는 삼나무들이 대지 영역의 구분을 확실하게 해 주고 있어 가능했다.
마당 중심에는 타워 형태의 건물이 상징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의 이름은 ‘온두막’이라고 했다. 이는 오두막과 원두막을 합쳐 지은 것이다. 온두막의 아래공간은 불을 피울 수 있는 반 외부 공간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공간은 귤 밭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온두막은 중정과 어울리지 않는 듯 조화를 이루며 재미있는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내부공간은 크게 침실과 거실 주방이 있는 본채와 독립된 침실이 있는 별채로 나눠진다. 거실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침실이 나눠지는데 별채는 외부 복도를 통해 출입하게 되며 목재로 이루어진 루버와 귤밭이 보이는 스파 공간 사이를 지나서 들어 가게 된다.
각각의 내부 공간들은 외부를 향해 적극적인 몸짓을 취하고 있다. 크게 열려 있는 창들은 귤 밭의 풍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내외부를 이어주는 툇마루, 마당과 스파 영역 사이의 루버 등을 통해 시선과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교차될 수 있게 했다.
외장재는 최대한 시골마을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재료로 판단한 너와, 세장한 목재, 종석미장을 사용하였다. 특히 너와는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 재료인 목재 중에서 다양한 패턴을 표현할 수 있고 집의 따뜻함을 함께 보여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외벽에 사용했다. 너와의 패턴과 색감은 제주 작은 마을의 풍경에 새로운 따뜻함을 가져다주고, 목구조가 만들어 내는 특유의 공간감은 제주 시골길의 고요함에 활력을 더해 주는 역할을 하리라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