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글 & 자료. 가도 건축사사무소 GADO Architecture
대지는 동측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고, 서측은 작은 동산 너머 태백산맥의 풍경이 보이는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4인 가족인 건축주는 심플하고 합리적이며 경제적인 집을 짓고자 했다. 가족 구성원의 요청 사항 또한 개성이 뚜렷했다. 바다낚시가 취미인 남편은 잡아 온 생선을 손질할 작은 작업장이 필요했고, 아내는 집안으로 볕이 잘 들고 나무와 꽃을 가꿀 수 있도록 밝고 넓은 마당이 있었으면 했다. 자녀들에겐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중요했다.
가족들이 사용하기에 적정한 크기의 집을 짓기 위해 필지의 반만 이용하기로 했다. 건물이 세워질 위치는 큰길 모퉁이에 접하는 면 대신 바다를 향하고 작은 길에 접하는 동측으로 정했다.
박공지붕의 일자형 매스mass를 동쪽과 서쪽을 축으로 배치해 동서로 산과 바다의 풍경을 각각 담아내고자 했다. 남쪽으로 가로로 길게 접하고 있어 집안 곳곳으로 햇볕이 들어오고, 대지의 북쪽으로 치우친 배치로 앞마당 또한 최대한 확보할 수 있었다.
하늘에서 보면, 주택의 매스는 H자 형태다. 좌우에 각각 남북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인데,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은 1층에 생긴 박스 위로 2층 테라스가 만들어졌다. 왼쪽에는 2층 안방이 박스 형태로 튀어나와 집안에서 앞마당과 뒷마당으로 이동할 때, 안과 밖 공간의 전이 역할을 담당한다. 건물 뒷면 또한 같은 형식으로 튀어나와 각각의 역할을 한다.
저층부의 마감 재료는 오염과 파손의 위험이 적은 벽돌로 구성하고, 상층부는 경제적인 스터코Stucco를 사용했다. 마치 저층부의 벽돌매스가 박공지붕을 쓴 추상적인 집의 형태를 떠받치고 결합한 형상이다.
집 중심에 1층에서 다락까지 오픈 공간으로 연결해 가족 구성원들이 하나의 공간에 생활한다는 일체감을 느끼도록 했다. 오픈공간은 집의 중심 에 있어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이고, 반대로 다양한 시점에서 집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달처럼 둥근 조명등을 설치해 매일 밤 작은 보름달이 집안과 마을에 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층 주방과 다용도실은 앞마당과 뒷마당을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했다. 앞마당에서 행사를 하거나 낚시로 잡아온 생선을 손길하고 나서 주방으로 진입이 용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2층 안방에는 바다를 향해 코너 창을 뚫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1층부터 다락까지 뚫린 오픈 공간을 사이에 두고 벽에 구멍을 뚫은 것. 이로써 거실, 다락, 건너편 작은방과의 소통을 편하게 할 수 있다.
다락 천장은 자작 합판으로 마감해 자녀들의 아지트가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길 바랐다.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오는 대류현상까지 더해져 자칫 답답할 수 있을 다락, 환기가 잘 되도록 양쪽으로 창을 설치했다. 두 개의 창은 각각 바다와 산의 풍경을 담은 역할까지 하고 있다.
도로보다 높게 마당을 다지고, 투시형 블록 담장을 쌓아 마을과 집 사이 경계를 만들었다. 열린 블록 담장을 통해 지나는 사람이나 주변 환경과 소통도 하고 키가 큰 나무를 심어 적절하게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