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현기 글&자료. 조한준 건축사사무소
건축주는 서른 중반의 젊은 부부로 서울의 단독주택에서 전세로 살고 있었다. 이후 집 지을 땅을 알아보던 중 벼룩시장에 나온 매물을 보고 땅 주인과 직거래로 매수했다. 프로그래머인 남편은 의뢰 전 3D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공간을 그려서 보여주었고 구상한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구역인 대지는 규제로 인해 건축주가 원하는 공간 계획을 확정하기 어려웠다. 허가권자의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여 여러 방안을 염두에 뒀다.
대지는 경사지에 막다른 도로 끝에 위치해 있는데 규제 상 도로에 접한 면에서 3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지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면적이 제한적이었다. 다행인 점은 북측에 현황도로가 있어 경사지를 고려한 반지하층과 진입 레벨을 계획할 수 있었다. 또 정북일조에 의한 건축물의 높이 제한의 영향이 적었기 때문에 건물을 높여 층별로 독립된 공간을 구성할 수 있었다.
설계에 중요했던 부분은 진입로와 현관 위치다. 도로와 맞닿은 진입로 부근은 주차장과 지하층 출입구만 두었는데 현황도로를 이용하여 주택의 출입구를 따로 두는 것이 공간 구성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반지하의 출입구와 반 층 정도 올라온 주택의 바닥 레벨은 스킵플로어를 만들었고 이는 모든 층에 적용됐다.
아내는 자기만의 작은 공방을, 남편은 재택근무를 위한 작업실을 요구했다. 이처럼 젊은 부부에게 집은 주거뿐 아니라 작업공간이자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다. 작은 면적에서 층으로 구분된 집의 동선을 고려하여 분리할 공간을 결정하는 것부터 설계의 첫 단추였다. 또 직각삼각형 형태인 대지를 고려하여 잉여 공간을 최소화하고 공간의 위계적 구성이 중요했다.
남편의 성은 ‘고’씨고 아내의 이름에 ‘경’이 들어가는데 부부는 서로 ‘고~!’, ‘갱~!’으로 불러 집 이름이 됐다. 고갱집 주변은 구옥과 새로 지어진 건물이 공존하고 있고 더는 건축물이 확장 못하는 위치라서 특별한 존재감을 가진다. 입주 후 남편에게 부럽다는 말을 전하니 “저도 제가 부러워요”라고 화답했다. 부부는 의뢰 전에 그렸던 공간보다 풍부해진 집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