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글 & 자료. 고결 건축사사무소 Gogyeol Architects
고결Gogyeol은 경북 문경의 지역문화를 온전히 담은 스테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지역문화 원형이 있는 문경의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를 일상에서 온전히 느끼며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기획했다. 장인, 작가, 브랜드로 구성된 20여 명의 로컬파트너와 함께 지역문화를 하나의 공간, 고결에 담고자 했다.
고결은 ‘은혜를 더한다’는 의미의 아름다운 마을 ‘가은(加恩)’에서 탄광 역사를 품고 있는 ‘옛 대장간’이었다. 문경시 가은읍은 고유의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옛 기찻길을 따라 걸으면 그 주변으로 강과 천이 흐르고, 저 멀리 사방으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계절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폐역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가은역 카페, 조선시대부터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가은아자개장터와 오일장, 문경석탄박물관, 가은오픈세트장이 있는 문화콘텐츠 테마파크 문경에코월드가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과거 탄광이 있던 시절 가은은 1960~80년대에만해도 거리에 활기가 넘치는 마을이었다. 당시 국내 최대 탄광 회사였던 은성광업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룬 원동력이 된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2만여 명이었던 가은의 인구는 폐광이 된 후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 3000여 명이 살고 있는 한적한 시골 동네가 되었다.
고결 문경은 본래 대장간이었다. 1960년대에 지어져 생활 도구와 농기구를 제작하는 꼭 필요한 공간이었다. 폐광되자 대장간이 기능을 잃게되었고, 어느덧 세월이 흘러 20년 넘는 세월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답사를 갔을 때, 뽀얀 먼지 아래, 대들보와 서까래, 툇마루는 여전히 그때의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고결은 남아 있는 온기에 문경의 지역 문화를 연료 삼아 과거 대장간이 그랬듯 마을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본래 공간이 갖고 있던 따뜻한 공간감과 기억은 유지하고자 대들보와 기둥을 그대로 살려 지역자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문경에는 문경새재, 오미자를 포함해 문경 전통한지, 문경 도자기, 탄광 역사 등 다채로운 문화원형이 있다는 것을 2년간의 조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건축가의 역량을 활용해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복합 경험으로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한 공간에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고결의 공간은 지역을 대표하는 장인, 작가,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김삼식 한지장의 문경 전통한지가 공간디자인의 중심이 되어 창호, 팬턴트조명, 서랍장을 만들었다. 화가 유태근 교수의 작품 또한 문경 한지를 주재료로 활용했다.
도자기박물관 쇼케이스에서 볼 수 있는 도자기 장인 가은요, 현암요의 자기를 머무르는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비치해 두었다. 좋은 도구를 경험해 봄으로써 도자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가까이할 수 있게 하고자 한 의도다. 또한 천연염색, 누빔공예가 누비진과 함께 전통 방식을 통해 디자인한 홈웨어를 제작해 일상생활에서 매우 편안하고 기품 있는 옷을 만들어 제공한다.
그 외에도 다례 전문가의 티 클래스 운영, 커피 로스터리와 커피 제작, 지역의 산새를 모티브로 한 어메니티 등 작은 부분까지 문경문화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협업 제품과 작품은 모두 구매가 가능하도록 준비해 지역의 문화가 전파되고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정원은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주의 정원을 지향하는 김원희 정원디자이너의 손길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추억이 쌓인 풍경을 재현했다. 자연스러움과 친숙함을 콘셉트로 잡고, 문경의 자연석을 활용했다. 자연석으로 쌓은 돌담이 정원의 오브제가 되고, 지역의 정취가 느껴지는 재래종 식물과 대장간의 서까래로 쓰였던 소나무을 통해 공간에 쌓인 시간과 지역성이 살아있는 편안하고 고즈넉한 정원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지역 조사를 포함해 프로젝트 준비기간만 2년, 공사 기간은 8개월 정도 소요되었다. 공사에 앞서 옛 대장간을 배경으로 오래된 공간을 기억하고, 고결의 방향성을 알리고자 3일간의 팝업 전시를 진행했다. 코로나19 시기와 겹친 시기였음에도 3일 동안 3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고결은 앞으로도 건축을 기반으로 오래되고 의미있는 공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지역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