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정지연 글 & 자료. 공간의가치 GONGGANUIGACHI
바다를 품은 한적함
2021년 제주도의 바다를 마주했다. 건축주는 한적한 마을의 아늑함과 바다를 품은 아름다움에 매료돼 여러 후보지들 가운데 이 대지를 선택하고 매입했다. 대지는 비정형이었으며, 바람 많은 제주에서도 태풍급 바람이 일상인 두모리에 위치해 있었다.
바람의 신, 영등할망
집이 들어설 대지는 겨울이면 외부 활동이 어려울 만큼 강한 바람이 잦았다. 건축주는 많은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라이프스타일이었다. 그리고 실내에는 짐GYM과 파티룸Party room을, 외부에는 테니스코트Tennis Court를 요청했다.
우리는 이 사안들을 고려해 일상을 다양하게 채워줄 내부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그 결과 1층에는 부엌과 짐Gym을, 2층에는 방Room과 게스트룸Guest Room을, 3층에는 파티룸Party room을 각각 배치했다.
원형의 디테일
항상 바다를 눈에 둘 수 있는 큰 창이 있지만, 프라이빗한 공간 구성으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다. 전면 모서리 큰 창으로 드러나는 원형 계단은 단조로운 외부를 대신해 내부로 시선을 옮길 목적으로 설계된 디자인으로 원형의 부드러움을 살려내고자 했다. 금속 작업의 디테일에 많은 에너지를 실었는데, 쏟은 정성의 결과로 계단은 이 건물의 중심이 돼 보는 이들의 시선을 오래도록 잡아둘 수 있게 되었다. 야간에 내부 조명이 켜질 때 건물과 계단의 매력은 배가 된다.
마을에서의 존재감
건축주의 캐주얼함과 원하는 공간들을 모두 담기 위해 커진 건물의 매스가 마을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존의 아담하고 낮은 마을의 건물들과 혹여 조화롭지 못할 것을 염려해 건물에 좀 더 단정함을 입혔더니, 한적한 마을 중앙에 자리 잡아 이제는 두모리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시공 초기 레미콘 파업사태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기간이 연장되기도 하고, 매서운 바람에 힘들게 완성한 건물이기에 앞으로 한동안은 우리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