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객원 글 & 자료. 그라운드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율건축
생산과 연구의 공간
인텔리안 테크놀로지스는 선박, 항공기가 해양에서 위성신호를 받아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첨단 안테나를 만드는 회사다. 평택 공장 부지에 새롭게 증축되는 공간은 생산의 기반임과 동시에 자이로, 로봇암과 같은 기계공학 · 에이아이 테크에 대한 연구가 동시에 이뤄지게 될 장소다. 제품의 생산과 테스트를 위해 지층에서는 하역, 실외 연구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며, 건축물 내부에서는 생산과 연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여러 프로세스가 원활히 소통되어야 했다. 따라서 한정된 부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층층이 쌓이게 될 기능들을 어떻게 수직적으로 연결할지가 중요한 과제였다.
사선에 대응하는 곡선
기존의 공장동과 최대한 간격을 두어 외부공간을 확보하고 한 층의 최대 바닥면적을 얻기 위해 사선으로 이루어진 대지 경계에 맞추어 계단형 건축물을 제안했다.
평면의 단차가 생기면서 폭이 다른 3개의 영역이 생겼다. 이를 제거하기 위해 모든 모서리를 곡선으로 처리해 부드러운 공간의 테두리를 만들었다. 또한, 내부에서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입면의 요소 또한 수평성을 강조했다. 내부에서는 가로로 긴 창이 전체 공간에 연속되고 외부에서는 반복되는 수평 띠가 전체 매스를 하나로 엮어준다. 수평 띠의 위아래에 조성된 처마는 음영을 통해 수평성을 더욱 강조함과 동시에 창호에 설치된 수평 루버와 함께 정남향의 일조를 조절하는 환경적 역할을 수행한다.
적층된 공간들과 연결 요소
하나의 넓은 바닥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총 6개가 쌓인 구조다. 개별 층에서 팀 단위의 커뮤니케이션뿐만 아니라 각 층간의 분야별 소통을 위해서는 특별한 수직 동선이 필요했다. 수직 동선은 한 층의 공간을 여러 개로 분절시키거나 업무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아주 콤팩트하고 인상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야 했다.
극도의 투명한 매스와 가구식으로 치밀하게 짜인 계단 구조물을 통해 새로운 수직 동선을 제안했다. 공간의 사용자는 층과 층의 이동할 때, 마치 전망대에 나온듯한 풍경을 바라보게 되고 하중의 전달 방식과 조합의 원리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가구식 계단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 혹은 아슬아슬한 감각적 자극을 얻는다. 이 새롭게 디자인된 코어 공간을 통해 업무와 업무의 연결 사이에 분위기를 환기하고 층간의 이동이 즐거운 행위가 되는 새로운 경험적 공간이 되길 기대했다.
열린 경계를 위한 요소들
내부에서의 소통과 동시에 1층의 연구-생산 공간은 기존 공장동의 생산-물류공간과 긴밀한 연결이 필요했다. 동시에 지면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필드 테스트는 새롭게 지어질 공간이 든든한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주출입구의 방풍실이 비대해져 만들어진 파빌리온은 카페테리아 형식의 캐주얼한 업무 공간이다. 2시간마다 15분씩 휴식시간이 필요한 생산직 노동자들에게는 즉각적이고 편안한 휴식의 공간을, 뙤약볕에 실험을 반복하는 연구원들에게는 업무의 흐름이 끊이지 않으면서도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외부에 별도로 노출되어 있는 화물용 엘리베이터 매스와 끊임없이 드나드는 하역 물류를 조율하는 관리사무소 역시 거대한 수평 매스의 지층에 작은 매스들로 구성되어 끊임없는 지면의 움직임들을 수용한다. 이 지상층의 병렬적 연결 공간들을 통해 외부공간을 중심으로 기존의 공장동과 연구동 사이의 물류와 소통은 원활히 이루어진다.
저층부의 개방적 흐름이 건물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하고자 했다. 가구식 계단 구조의 개념과 유사한 형식으로 1층 로비에 매달린 공간들은 방문자들에게 또 다른 공간의 바깥 벽면을 보여줌으로써 실내와 실외의 중간적 공간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공간감은 결과적으로 로비의 경계를 흐려 많은 사용자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적 장치로 활용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