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최성우 글 & 자료. HB건축사사무소
자연의 형상과 건축
대상지는 경주시 감포읍의 산악지형에서 뻗어난 한줄기의 산골짜기에 자리한 자연스레 생긴 조용하고 외진 마을이다. 계단식 밭이던 대지는 북쪽의 산 정상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산골짜기의 끝에 있다.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전면도로의 열린 중경과 남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산골짜기의 원경이 존재한다. 자연의 지형적 흐름이 연속되고 있는 가운데 위치한 이 장소에서 어떤 건축적 태도를 해야 할지 철학적 물음에서부터 출발했다.
온전한 휴식을 위한 지중건축
스테이stay의 사전적 의미는 ‘머무르다’이다. 하루, 이틀 정도 머무는 건축이 줄 수 있는 온전한 휴식은 어떠한 것일까? 하루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구의 자전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 온전히 지구의 자전을 경험하는 행위는 자연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휴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스테이를 땅속에 묻어 지중 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대지의 기운을 사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묵직한 대지의 안락함 속에서 자연의 하루와 함께 온전히 쉬어가는 경험은 자연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심상과 더불어 온전한 개인적 회복을 사용자에게 제공하게 된다.
본래 지형으로의 회귀
‘대지에서 쉬어가는 언덕’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건축은 산 능선의 흐름을 자연스레 연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본래 자연 그대로의 지형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더 아름다운 경관을 경험할 수 있게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를 위해 건축 또한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해야 했다. 건축적 형상을 드러내는 듯하면서도 땅속에 묻어 형상을 감춰 자연과 건축이 중립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맺도록 했다. 둘 중 어느 하나가 주인공이 되지 않고 자연의 흐름이 연속되는 경관이 우리가 원한 최종적인 그림이었다.
의도된 시퀀스 그리고 공간적 감응
건축물을 먼저 세우고 흙을 다시금 채워 넣는 방식을 취했다. 이미 개간되어 평평한 대지는 우리에게 공간 시나리오를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캔버스가 되어 주었다. 대지에 다다르면 흘러 내려오는 산골짜기에 박혀 있는 흡사 바위 같은 건축물을 만난다. 그 사이 땅을 가르고 만들어진 비좁은 틈이 하나 있는데, 그 틈은 지중의 휴식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막혀진 틈새로 진입한 사용자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은 하늘, 땅, 물을 담고 있는 반원의 중정이다. 자연에서의 온전한 휴식을 하고자 하는 이 장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중정에는 사용자의 체크인과 웰콤티를 누릴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웰콤티를 즐긴 사용자는 반원의 계단을 따라 다시 언덕 위로 올라가 산골짜기를 마주하게 된다. 객실로 가기 위해 방향을 바꾸면, 골짜기 아래쪽 원경을 바라보게 된다. 객실로 들어가기 위해서 사용자는 또다시 좁은 틈새를 지나게 된다. 스테이에 도착해서 객실로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어디론가 통과해 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인간이 자연으로 서서히 동화될 수 있길 바랐다.
오감을 위한 중정과 재료
6개 객실은 저마다 다른 중정을 가진다. 이 중정은 땅의 기운과 휴식의 공간을 대립적이지 않게 이어주는 중의적 공간이다. 중정은 계단을 통해 상층부의 언덕과 소통하기도 하고 자쿠지를 통해 물을 경험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용자는 빛과 바람, 하늘과 별과 같은 자연이 주는온전한 휴식을 오감으로 체험하게 된다.
건축에서 사용한 노출콘크리트는 문양거푸집을 사용하여 매우 거칠게 표현했다. 자연과의 조화를 위한 노력이다. 같은 의도로 석재 개비온 담장부터 내장과 가구에 사용된 라왕합판, 몰탈 테라조 바닥 등 전반적인 재료를 사용할 때, 최소한의 가공으로 본래 질감이 잘 드러나도록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