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글 & 자료. 제이와이 아키텍츠 JYA-RCHITECTS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대각선, 현대자동차의 새 사옥이 지어지고 있는 옛 한전부지 건너편에 다른 세상인 듯 조용한 주택가가 있다. 건축주는 이 주택가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약 100㎡의 작은 땅에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사옥을 짓고자 했다.
설계를 시작하면서 계획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이형의 형태를 가진 작은 대지에 주차 두 대를 확보하면서 지상에 최대한 많은 면적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었다. 대지에서 법적으로 주요하게 고려해야 했던 것은 주차 두 대를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것과 정북일조사선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두 조건으로부터 1층은 좁고, 위는 큰 가분수 형태로 최대의 볼륨을 구성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는 마름모 형태의 대지 모양 안에서 건축주가 요구한 직각의 평면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대지의 형상을 따라 최대면적을 확보하다 보니 각 층의 형태가 마름모꼴이 됐다. 하지만 건축주는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직각으로 구성된 평면을 요구했고, 우리는 경계를 따라 단이 이어지는 형태로 평면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덜어진 각 층의 면적을 모아서 한 개 층을 추가로 올리는데 사용했다.
마지막 과제는 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특성을 고려해 건축 이후에도 거리에서 느낄수 있는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대지가 사거리 코너에 있어 건물의 형태에 따라 도시의 노드node(연결점)가 갖는 개방감에 더욱 큰 영향을 준다. 비록 개인의 자산이긴 하지만 동시에 도시에 속한 하나의 요소이기 때문에 보행자의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할 수 있는 형태를 적극 고려했다. 덕분에 저층은 더 얇게 만들고 위로 올라가면서 필요한 면적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체 면적을 유지, 보행자 시선에서 느낄수 있는 개방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물은 크게 두 개의 입면을 갖는다. 첫 번째 입면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더 넓어지고 높아지는 형태를 가진 얇은 정면이다. 이는 시각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긴장감을 주는 이미지이며, 거친 표면의 통일된 재료를 통해 형태가 주는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두 번째 입면은 여러 개의 큐브가 모여 구성하는 넓은 옆면이다. 이 면은 모퉁이 코너에서 도시를 더 넓게 접하는 면이며, 큐브가 만드는 형태적 흥미로움에 더해 태양의 이동에 따라 만들어지는 그림자로 인해 그 표정이 더욱 다채롭다. 덕분에 마주하는 도시와 사람들에게 시시각각 변하는 흥미로운 이미지를 제공한다.
재료는 앞서 언급했듯, 형태가 주는 볼륨감과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무채색의 통일된 재료를 사용했다. 다만 햇빛이 닿았을 때 볼륨이 만드는 그림자뿐 아니라, 면의 표면에 생기는 더 작은 스케일의 표정을 만들고 싶어 거칠게 표현되는 재료를 적극 사용했다. 주변의 크고 넓은 땅들과 그 위에 만들어지고 있는 화려한 건물들 사이에서 작지만 시크하게 자리잡고, 동시에 도시를 배려하는 그런 존재감 있는 건물로 지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