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기단건축 KIDAN + GA건축
환경과 건축
환경은 우리가 사는 도시와 자연,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모든 것을 포괄한다. 도로, 건물, 다리처럼 우리의 편의를 위해 만든 구조물도 포함된다. 사회시스템과 문화 또한 환경의 일부이며, 자연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사고를 확장하다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환경 문제 역시 우리의 문제라고 보아야 마땅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환경 문제는 이제 모든 산업과 분야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특히 건축 분야에서는 환경 문제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경 문제를 바라보는 건축의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환경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서의 신소재 개발,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 목조 건축, 지어진 건축물을 부수지 않고 재사용하는 이른바 재생 건축이 있다.
마을의 고목나무처럼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 위치한 ‘커피키친 한일’은 한 마을의 이야기를 끌어안은 고목처럼 오래전부터 하양읍의 이야기를 품고 있던 건물을 재사용해 설계했다.
1950년 대 후반, 한국 전쟁 직후 이 장소에 ‘성누가병원’이 지어졌다. 이곳은 전쟁 직후 안팎으로 상처가 깊어진 지역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지원했고, 지역의 커뮤니티가 됐던 하양 성당의 본당 공사 때에는 임시 성당으로도 사용됐다. 이후 이곳은 다른 이름을 가진 병원이 되었고, 한 때는 잉크 냄새 가득한 인쇄소로 운영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기둥 하나에도 주렁주렁 이야기가 가득할 것만 같았다.
시간을 기억하는 공간
‘한일’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전 ‘한일의원’에서 가지고 온 이름이라고 한다. 한일이라는 이름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래도록 누군가가 태어났던 곳이었고, 누군가가 감기가 들면 찾아 왔던 곳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끼는 사람의 병문안을 왔던 곳으로 기억됐을 것이다. 그래서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동안 동네 사람들은 ‘옛 모습을 잘 살렸다’, ‘싹 다 안 밀고 다시 보게 되어 좋다’라며 종종 인사를 건넸다.
지역과 함께하려는 공간
리모델링 후 다시 선보인 ‘커피키친 한일’은 커피와 브런치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이 건물은 A동과 B동으로 구성되어있으며, A동은 두 개 층 모두 카페로 운영되고, B동은 1층이 테라스, 2층이 갤러리로 운영 중이다. 오픈 후 몇 차례의 전시회도 가졌으며, 인근 지역 대학의 건축학 전공자들의 오픈 강의 공간으로도 활용 중이다.
미술이 있는 카페, 옛 건축물의 흔적이 아로새겨진 공간, ‘커피키친 한일’은 ‘go! Local’이라는 그들의 슬로건을 앞세워 지역과 함께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자두, 포도, 옥수수 등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해 만든 메뉴도 개발하는 등 자발적이고 실질적인 도시재생을 직접 실천해나가는 베이스캠프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