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꼴 스튜디오 KKOL Studio
카페 ‘흘러’는 물이 굽이쳐 흘러 들어와 완만히 빠져나가는 모습에 착안하여 전개한 프로젝트다. ‘유유장流留場’이라는 이름 그대로 공간은 사용자가 유유히 입장하여 느긋하게 머무르고 여유롭게 퇴장하기까지의 여정을 옹호하며 격려한다.
‘물水’이라는 요소를 떠올려보면, 언뜻 철저한 규칙 속에 존재한다고 착각할 수 있다. 물은 대개 흐르는 방향과 강도를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규칙을 만드는 것은 대개 물 자체가 아닌 대기와 대지 등 다른 자연적 요소의 영향이 크다. 물 자체는 지구상의 어떤 물체보다 보드랍고, 고요하며, 자유롭다. 우리는 이 공간의 사용자들이 바로 그 수면 위를 부유하는 모습을 연상했다.
각각 좌우 대칭으로 치우쳐져 위치한 두 개의 출입구는 사용자가 흘러들어와 흘러나가는 공간 기획의 중요한 장치로서 역할 한다. 양쪽 문 중 어느 문이 입구인지 어느 문이 출구인지 따위는 규칙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들어서는 곳이 입구가 되고 나서는 곳이 출구가 되며, 사용자가 걷는 방향이 곧 주요 동선이 된다.
완만히 휘어지며 공간을 가로지르는 난간과 천장 구조는 앞서 이야기한 물리적 흐름을 용이하게 함과 동시에 수줍은 환대의 제스처를 취한다. 출입구 쪽에서 바라보았을 때 오목하게 파여 들어간 형태의 굴곡은 은은한 태도로 공간의 품을 사용자에게 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