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글 & 자료. 레스 건축사사무소
북촌의 거리는 다양한 시간대에 지어진 건축물과 다양한 폭과 특성을 가진 길들이 공존한다. 북촌을 걸으며 느껴지는 가로의 스케일과 새 것과 오래된 것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가로의 다양성은 보행자의 체험 밀도를 높여 주고 있었다. 우리는 전통과 문화, 그 독특한 물리적인 환경이 만들어 내는 북촌의 가로 경험을 고도화하고 싶었다.
북촌 가로의 특수성을 분석하고 보다 보행자 친화적인 건축을 통해 가로의 일부로 작동하는 건축물 설계에 집중했다. 그래서 ‘볼류메트릭 어반 스페이스Volumetric Urban Space’는 북촌의 보행환경 밀도에 맞추어 분절됐다. 조그만 공간일지라도 보행자를 위해 셋백set back시켜, 길에서 보이는 시각적인 변화와 함께 활용되고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건축물이 만드는 3차원적 볼륨으로 하늘을 프레이밍하고 가로에 위요된 공간을 제공했다. 건축 볼륨에서 분절된 면은 가로에서 흔히 만나는 창과 문이라는 명확한 경계가 아닌 공간의 틈으로 표현했다. 이 틈은 건축물로 향하는 입구가 되고 때로는 창문이 되기도 하며 소통하고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과 그늘을 만들어 가로환경에 기여하고자 했다.
외부의 북촌길은 이 건축물의 틈을 파고들어 와 내부인 오픈 오피스 공간의 길로 확장된다. 열린 계단과 보이드void 공간으로 함께 이루어진 하나의 길은 통합된 동선을 가지고 창과 틈으로 주변환경과 대화하며 북촌 전체가 조망되는 옥상 공간으로 연결된다.
한옥과 오래된 건축물, 좁은 가로가 만들어 내는 북촌의 특수한 가로체계가 갖는 보행자 레벨에서 경험을 늘려야한다. 북촌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벽돌로 건축을 표현하되, 재료의 물성과 구축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했다. 벽돌을 다양한 방식으로 쌓아 이를 통해 내외부 공간이 소통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다양한 공간들은 가로와 호흡하는 전이 공간뿐만 아니라 가로에 대응하는 활용 가능한 공간이 되기도 하고, 북촌의 골목길과 대응하는 자연스러운 공간과 길의 연결을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