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라이프이즈로맨스 LIIR
시즌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공간
스포츠는 이제 단순한 취미생활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의 한 부분이 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여러 이야기를 담은 브랜드가 한 공간 안에서 끊임 없이 교차해야만 하는 편집숍이라면 그 공간은 어떤 색깔을 담고 있어야 할까.
공간을 채울 적확한 색깔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편집숍의 성격상 서로 다른 다양한 브랜드들을 함께 소개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들 브랜드의 개성이 서로 부딪히지 않아야 한다. 또한 공간의 특성 아래 브랜드가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공간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탄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마브서울MAB Seoul’은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를 소개하고 제안하는 멀티 편집숍이다. 공간 구성에 앞서 마브서울이 드러내고자하는 이야기는 굉장히 간결했다.
첫째,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적절한 디피공간과 휴식공간, 프라이빗공간을 가질 것. 둘째, 러닝 아카데미, 러닝클럽 물품보관 등의 다양한 커뮤니티의 공간으로 활용될 것. 이를 충족하기 위해 마브서울이 그려가고자 하는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성을 ‘어스earth’라는 커다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제품의 성격이 담긴 색상 찾기
어스 컬러Earth color란 말 그대로 흙색이라는 뜻. 베이지와 카키, 브라운 등을 포함하는 색상으로 대지나 흙, 바위, 모래 등을 연상시키는 색상군을 어스컬러라고 통칭한다. 마브 서울은 거친 질감이 느껴지는 어스 컬러로 실내 전반을 마감하였는데, 이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들의 제품이 함께 진열되었을 때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그린 색상을 마브 서울의 키 컬러로 선정했는데,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기존 ‘마브’라는 브랜드의 컬러 아이덴티티가 그린을 베이스로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쇼룸 공간에서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또 다른 하나는 다양한 물성을 가진 녹색을 활용해 어스 컬러가 가진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최대로 끌어내고자 함이었다.
도시와 자연을 이어줄 소재
그들은 자연적인 컬러를 사용하면서 도시적 느낌을 줄 수 있는 소재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 그들이 선택한 소재는 연녹색의 FRP 그레이팅 그리고 녹색을 은은하게 띠고 있는 투명한 유리블록이었다. 균일한 간격과 형태로 공장에서 제작된 FRP 그레이팅은 형태적으로 인공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을 주지만, 빛을 비추었을 때는 맑고 선명해서 마치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 같은 영롱한 느낌을 준다. 또한 유리블록을 켜켜이 쌓고 빛을 비춰 마치 물빛이 아른거리는 듯한 효과를 의도했고, 흙의 컬러로 쌓아 올려진 공간에 자연의 너그러운 아름다움을 새겨넣었다.
그 외에도 세로 길이로 반복하여 분절한 거울,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커다란 석재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마브서울이 가진 공간적 경계를 허물고 외부로의 확장을 의도했다.
공간을 채워내는 브랜드와 제품, 고객이 늘어날수록 의도적으로 비워내고 열어낸 공간들이 더욱 빛을 발해 마브 서울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일상 속 아웃도어에 대한 메시지에 설득력을 더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