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윤정훈 글&자료. 노말
이 건물은 목련 꽃봉오리를 닮았다. 꽉 닫혀 있던 봉오리가 활짝 필 준비를 하며 한쪽에서부터 터져 나가는 형상이다. 건축주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사적이고 독창적인 작업 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사용성으로도 상징적으로도 건축주에게 알맞은 건물을 설계하고자 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하는 만큼 주변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상업 공간으로서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건축주는 화려하게 돋보이기보다는 차분하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는 이였기에 그러한 성향을 따라 건축물을 디자인했다.
대부분 주택인 주변 건물들은 최대한 북측으로 붙어 있고, 남쪽을 보며 옆으로 길게 햇빛을 받아들이는 배치를 따른다. 따라서 도로에서는 건물의 측면만 보였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차별점을 두고자 직사각형의 평면이 아닌 정사각형에서 시작, 사다리꼴 형태의 건물을 대지 중심에 배치했다.
1층은 특정 인원을 위한 프라이빗 공용 공간으로 계획됐다. 1층을 대지보다 낮게 두었기 때문에 지상에서 들어오는 것보다 좀 더 포근한 진입이 가능하다. 1층 레벨을 낮춘 또 다른 이유는 조망 때문이다. 주변에는 실내에서 즐길 만한 정도의 풍경은 없었기에 근거리에는 조경 공간을 두고 멀리 볼 때는 최대한 다른 건물이 보이지 않게끔, 대신 하늘을 향하게 했다. 이렇듯 외부와 단절된 1층에 있다 보면 주택가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외관은 주변과 비슷한 듯 다르게 보이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전혀 다른 행위를 취하고 있음에도 정면에서 보이는 크기가 주변 건물과 비슷하고 지나치게 튀지도 않는다. 장식적 형태를 최소화하고 노출콘크리트와 색상, 질감이 다른 재료로 마감해 주변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창이 보이지 않아 건물은 무척 다른 표정을 갖게 됐다.
2층은 건축주의 작업 공간이자 휴게 공간으로, 1층보다 생활과 근접한다. 햇빛이 충분히, 고루 들어올 수 있도록 남측 창을 크게 만들면서도 벽을 생성해 사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베란다는 거주자가 좋아하는 뷰가 담길 가능성을 품고 있다. 베란다도 1층과 마찬가지로 다른 건축물이 없는 열린 방향으로 시원하게 열어냈다.
상대적으로 저예산 프로젝트였기에 부수적인 요소를 가급적 줄였으며,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공간감을 꾀했다. 도로 쪽으로 건물이 좁아지고 닫히지만 벼랑 쪽으로는 넓고 열리는 이유도 시야와 개방감을 위해서다. 단순한 박스 모양의 건축물이지만 사선을 따르는 형태 덕에 좀 더 풍부한 공간감 경험이 가능하다. 간결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처마도 내부로 넣는 방식을 택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의도적인 미완성 상태다. 건축주는 특정 방향을 확실하게 정해두고 건축물을 사용하기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사용됨으로써 변화해 나갈 건물의 모습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