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마인드 건축사사무소 MIND architects
남한산성 인근의 땅
방어를 목적으로 성곽이 구축된 남한산성南漢山城은 역사적인 군사 요충지였던 과거에 비해 그 기능은 대부분 사라졌고, 남한산성 도립공원과 함께 관광 휴양지로 변화했다. 덕분에 남한산성 주변으로 각종 볼거리, 즐길 거리가 생겨나며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지는 산성에서 다소 외진 시골 마을에 있다. 이 마을은 여느 시골 마을처럼 산과 들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으로 외부인의 출입 또한 거의 없다. 인적이 드물었던 마을 안 대지에는 버려진 지 오래된 빈집이 있었다.
Fortress(요새) + inner courtyard(안뜰)
버려진 빈집을 새로운 건축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작은 시골 마을의 고즈넉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었고, 외부인의 유입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을 주민과 조용한 자연 속 분위기를 즐기려는 이용자가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마을주민들의 주거와 대지 간의 물리적인 분리를 위해 건축물의 서측과 남측은 콘크리트 벽체를 세우고, 북측과 동측은 도로면을 따라 두 단의 옹벽을 쌓았다. 이것은 외부에서 볼 때 요새와 같아 보인다.
또한 두 단의 옹벽을 감싸는 측백나무가 담장 역할을 하고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 내부의 이용자는 동측의 안뜰과 넓게 열린 창을 통해 자연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조각적이고 기하학적인 매스는 자연 속 바위를 연상케 하고 이는 노출 콘크리트 외피에 의해 강조된다. 이러한 건축물의 외부요소들은 내향적인 차폐감을 준다.
건물 동측에 조성된 안뜰은 충분한 빛을 받아주고 주변 풍경을 맘껏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대지 내 안뜰은 자연과 잘 어우러지며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다.
상생과 공존, 그리고 숨
마을환경을 고려한 폐쇄적이고 내향적인 건축물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안뜰의 공존은 마을주민과 이용자의 상생을 의미한다.
‘카페 숨’의 이용자가 성벽처럼 차갑고 삭막한 옹벽을 지나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편안하게 숨을 쉬며 자연을 만끽하길 기대한다.
마을 주민은 이용자로 인한 불편함 없이 마을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끼며 예전과 같이 일상을 살아가길 바라고, 더불어 카페 숨이 마을의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고 마을의 숨을 불어 넣는 상생의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