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엠엘티 건축사사무소 mlt architects
경기도 이천시의 작은 마을, 건축주는 아파트 생활을 이어가다 직장 근처였던 이 마을로 생활터전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건축주의 주택이 지어질 땅 주변은 정비가 마무리 된 단독주택 필지가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기존 촌락이 다양한 모습으로 형성돼 있었다.
땅은 기존 촌락의 중심에 위치했다. 건축가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사생활 보호를 필수적으로 갖춰야하는 단독주택이라는 점에서 조금 불리한 위치 조건이 주어졌다.
불리한 대지의 레벨, 장점으로의 전환
땅은 이미 정리가 되어 있어 평탄했지만, 주변에는 다양한 레벨이 존재하고 있다. 대지의 서측은 1.5m가량 높고 동측은 1.5m가량 낮게 형성되어 있었으며, 남동쪽의 단독주택은 2m 가량 높게 지어져 있어 대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러한 레벨 차이는 주택을 배치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레벨 차이를 이용해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자 했다.
작은 마당이 있는 집
건축주는 건축 계획을 시작할 때 ㄷ자 형태의 평면과 작은 마당을 가진 단층집을 제안했다. 자녀가 모두 독립을 해서 부부만 살게 될 집이기에 너무 클 필요는 없으며, 손님들과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거실과 실내와 마당을 연계해 공간이 확장될 수 있기를 바랐다.
건축주는 동적인 활동이 자주 이뤄지는 마당에서 주된 활동이 예상됐다. 마당은 실내의 정적인 활동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전체 주거 공간에서 가지는 의미가 컸다. 그래서 건축가는 마당을 남쪽에 배치해 최대한 밝은 환경을 조성했고, 그 방향으로 실을 두어 실내공간이 마당을 향해 최대한 열려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마당을 감싸 안은 집
건축가는 마당을 중심으로 복도와 거실, 안방을 배치해 마당을 감싸 안은 집을 계획했다. 대지보다 높은 서측의 인접 대지에서는 지붕이 낮게 깔려 있고, 동측의 낮은 인접 대지에서는 건물의 부피감이 돋보이도록 했다. 마당을 보다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남동쪽의 단독주택들로부터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수평으로 떠 있는 띠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마당은 좀 더 아늑해지고 외부에서 바라보았을 때 땅의 연속성이 유지된 형태로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마당의 면적을 키우면서 각 실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벌린 ㄷ자 형태의 평면을 계획했고, 마당의 수평 띠까지 포함해 오각형의 형태를 적용했다. 세 개의 변 중 한 변은 거실과 부엌의 공공 공간, 다른 한 변은 안방과 게스트룸, 현관과 화장실을 이루는 공용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각 변이 마당을 감싸 안은 형태였다.
사선 지붕의 비밀
전체적으로 주택을 보았을 때, 실과 지붕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 단순한 구조로 보이도록 의도했다. 지붕은 처마를 두어 햇빛의 채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주는 거실이 냉난방 효율을 위해 너무 높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면서도 거실이 일반적인 층고를 갖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이에 건축가는 더 경제적이면서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방법을 제안했다. 그 결과 안방과 다른 실은 기본 층고를 유지하면서 거실 쪽으로 경사를 만들어 거실의 층고를 점점 높여 복도에서 거실까지 연속적으로 높아지는 공간감을 만들었다.
실내와 연결된 외부 공간
외부 공간은 건축물 배치에 따라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주차 마당과 마당, 뒷마당. 주차마당은 1.5m 낮은 레벨에 위치해 주차장이면서, 김장과 같은 외부인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넓은 마당 역할을 한다. 건축가는 이 공간과 보조주방을 연결해 건축주의 편안한 동선을 마련했다.
중간 마당은 거실과 복도, 안방에서 연결돼 다양한 확장성을 가지도록 했다. 이는 많은 손님이 건축주의 집으로 방문했을 때도 마당과 실내 간 접근성을 높일 것이다.
뒷마당은 마당과 연속돼 있는 공간이면서 자연적인 조경 공간으로 배치했다. 이 곳은 건축주가 텃밭을 가꾸는 공간이자, 남측에 인접해 있는 주택과 거리를 확보해 주는 공간이다. 이로써 남측의 인접 주택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외부 공간은 현관에서부터 처마를 따라 모두 연결되도록 계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