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노말 NOMAL
수도권 집중화, 지방 신도시의 개발, 산업구조의 변화, 인구 감소 등은 과거 번영했던 지방 소도시의 쇠퇴를 불러왔다. 이같은 쇠퇴 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자 지자체와 기업, 민간 모두 쇠퇴된 지방 도시를 재생하고 활성화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고, 이는 해당 지역주민의 관심 속에서 지자체가 다양한 정책과 예산을 투입하며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모색하게 했다.
‘MBC 빈집살래3’는 빈집 밀집 구역으로 지정된 전주 팔복동의 슬럼화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접근으로서 전주시와 민간기업, 그리고 방송국이 협력한 민관협력형 상생 상가 도시재생 모델 프로젝트이다.
1970년대 팔복동은 산업화 물결이 일던 전주를 대표하는 경공업 지역이었다. 한적했던 농촌 마을이었던 팔복동은 제조업 부흥기로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었다. 지금도 과거 팔복동 제조업 부흥기의 증거를 찾아볼 수 있는데, 현재는 버려진 제조업 중심의 공장과 노동자들을 위한 숙소가 모여있는 쪽방촌이 그 증거이다.
오랫동안 전주의 역사와 경제를 대표하던 팔복동도 격변하는 국내 산업 구조의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1990년대부터 제조업이 쇠퇴하는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결국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 팔복동을 떠나자, 동네는 폐공장과 환경오염이 가득한 채 방치된 지역으로 남게 되었다.
빈집살래3는 팔복동을 배경으로 낡은 빈집 네 채를 선정해 서로 다른 네 곳의 건축사무소와 함께 빈집을 재생했다. ‘주막JOOMAK’은 그중 하나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한옥과 공공성, 그리고 식당이라는 개념을 한 공간에 담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주막은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다.
주막은 한국의 ‘전통 주막’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곳이 상업 공간으로서 여행객이 외부와 내부 어디에서든 쉬어갈 수 있는 쉼터이자 주변 이웃들이 어우러지는 장소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팔복동의 주막은 날씨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특정 부분을 실내화하는 대신 실외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었다. 외벽을 철제로 구현하였기에 주방과 홀 사이의 벽도 철제로 표현하고 지붕의 재료를 내부 천정으로 이어 내부 홀이 외부공간임을 암시했다. 평상은 내외부로 연결하고 조경은 내외부 경계를 허물도록 계획했다. 이로써 비교적 좁은 공간에서도 개방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접한 공터를 마을 공원으로 전환하고 담을 헐어 두 대지의 경계를 없애 주었다. 그 결과 주막은 더 넓은 앞마당을 가지게 되고, 공원은 주막의 외부 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리노베이션을 하기 전, 기존의 집은 빈집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지붕과 바닥은 무너져 내렸고 식물이 무성히 자라나 있었다. 한옥의 상부 구조를 가까스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으나 기둥 하부는 대다수가 썩은 상태였으며, 별동은 구조안전진단에서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건물이 온전치 못한 상황에서도 주막은 최대한 기존의 흔적을 살리는 방식에 집중했다. 이 공간은 팔복동에서도 오랜시간 마을풍경으로 존재하며 다양한 기억이 새겨진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한옥의 기존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붕부터 신중히 철거했고, 건물의 골조였던 썩은 목구조 하부는 철재로 감쌌다. 그리고 무수축 회반죽을 사춤하여 보강했다. 지붕의 하중과 성능을 고려하여 기와는 기존의 것을 다시 사용하는 대신, 방송에서 사용된 이름 ‘반세기 돌기와집’에 걸맞도록 현대 재료인 종석으로 치환했다.
의외로 난관이었던 것은 별동이었다. 별동은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허물면서까지 모든 흔적을 지우고 싶지는 않았다.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은 기존 벽을 유지하고 내부에 새로 짓는 것인데, 이는 추가적인 시공 공간이 필요하여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새롭게 접근한 방식은 기존 벽체를 남겨두고 외부에서 건식으로 지은 건물을 공중으로 들어 올려 끼워 넣는 방식이었다. 해당 방식은 국내에서 시도된 바가 없었기에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기존 집 속에 새로운 집을 안착시켰다.
민간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방송국의 협의가 모두 필요했고 네 곳의 현장이 동시에, 건축과 인테리어 공사도 나누어 진행되었다. 주체가 많은 만큼 프로젝트에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네 곳의 결과물로 인해 팔복동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다시금 활기를 찾기 시작하는 모습에 우려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바뀌어갔다.
해당 프로젝트는 팔복동 도시재생의 하나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젝트는 단순 일회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운영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정책과 예산이 뒷받침되어 다음 단계 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동시에 기존 주민공동체가 소외되지 않고 상생하여 도시재생의 혜택을 받을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앞으로 변화될 팔복동은 빈집이 줄어 빈집 밀집구역이 해제되고 지역공동체와 새로운 상권이 상생하여, 생기가 가득한 마을로 변화하기를 참여 건축가로서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