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김태진 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사무소아홉칸 Architects Office9kahn
연고가 없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낯선 바닷가 마을에 정착한 젊은 부부가 건축가에게 스튜디오 겸 스테이를 의뢰해왔다. 그 공간은 아이와 함께 바다를 보러 오는 여행객이 편히 머물 수 있는 작은 집과 차 한 잔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덕분에 투숙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스테이 토성당’과 타르트를 굽고 커피를 판매하는 ‘스튜디오 토성당’이 한 대지에 공존하게 되었다.
두 공간을 아우르고 있는 토성당土城堂은 연면적 75㎡ 정도의 작은 규모의 건물이다. 그런데도 카페와 스테이, 두 공간을 한 곳에 두기 위해 채를 나누었다. 이로써 스테이 겸 스튜디오는 마을의 일부인 집으로서도 기능하고, 방문객에게는 바닷가 마을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사다리꼴 모양의 대지에 어긋나게 놓인 두 단층 건물 사이에 독립된 두 개의 마당과 정원을 만들었다.
첫 번째 마당인 ‘환대하는 정원’은 아이의 짐을 챙기느라 손이 모자란 투숙객이 잠시 짐을 두거나, 해변에서 묻은 모래를 씻을 수 있고 서프 보드를 세워 둘 수도 있다. 이처럼 마당은 투숙객들의 프라이빗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마당인 ‘모래놀이 정원’은 이름 그대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아이가 노는 동안 부모님은 벤치에 걸터앉아 오후의 정원을 즐기거나 간단히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외부공간이다. 어긋난 건물 배치, 조경과 담장으로 인해 환대하는 정원과 모래놀이 정원은 적절한 위계와 독립된 마당으로써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환대하는 정원을 거쳐 스테이 현관에 들어서면 4인 가족이 하루 이틀 정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작은 다이닝과 놀이 거실이 있다. 놀이 거실이라 이름 지은 침실 앞 작은 공간은 책 선반이 있어 미리 큐레이팅 한 책이나 장난감을 두었다.
침실은 어린아이가 있는 4인 가족을 고려하여 매트리스가 배치되어 있고 미닫이문으로 공간의 개방감을 확보할 수 있다. 침실에서 물놀이 욕실로 작은 실내 창이 확보되어 있어 욕실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식재를 감상할 수도 있다.
아이들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물놀이 욕실에서는 창 너머의 이웃집 처마와 하늘, 가깝고 낮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정원이나 물놀이 욕실은 아이가 놀 때, 다이닝에서 어른의 시선이 닿을 수 있도록 창과 문의 시각적 연결을 고려했다. 원형 테이블과 심플한 구성의 원목 주방이 있는 다이닝에서 환대하는 정원 뒤에 숨어있던 모래놀이 정원으로 나갈 수 있다. 모래놀이 정원의 벤치에 앉아 이웃집들 사이로 보이는 바다를 찾거나, 온전히 타일로 마감된 ‘스튜디오 토성당’의 깨끗한 박공 입면을 배경 삼아 낮은 정원을 즐길 수 있다.
맛있는 에그타르트를 직접 만들어 파는 ‘스튜디오 토성당’은 낯선 마을에 정착한 건축주 부부가 운영하며 이웃들과 작은 공동체의 일부로써 관계 맺는 삶의 터전이다. 전체 연면적의 1/3만을 이 작은 공간에 할애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을 큐레이션해 판매하거나, 샹송을 감상하는 등 폭넓은 문화 활동이 이들 부부의 재능과 열정으로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카페의 중심에 포플러 합판으로 제작된 길이 4.6m, 폭 1m의 카운터가 전시대, 테이블, 진열대, 작업대, 주방의 역할을 모두 담당하며 쇼 윈도를 통해 가구와 행위를 드러내어 공간을 규정한다.
토성당은 독채 숙박시설로 투숙객들에게 위안이 되는 공간이다. 동시에 여행자에게 바다와 지역을 소개하고 대화를 건네는 공간이다. 동시에 연고 없이 낯선 곳으로 떠나온 젊은 부부가 지역의 공동체 일원으로 뿌리내린 삶터가 되길 바라며 지은 이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