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조희진 인턴 글 & 자료. 온재 건축사사무소 Onjae Architecture
아차산 가는 길의 위치한 온재는 건축가이자 건축주인 온재 건축사사무소의 사옥이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사무실로 사용되고, 지상 2층은 부모님댁, 그리고 지상 3~4층은 건축가의 거주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긴고랑 계곡 등산로
여름이면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는 아차산 긴고랑 계곡으로 올라가는 마을버스 길. 그곳은 봄이면 벚꽃이 흩날리는 분홍색 길이 된다. 건축가와 부모님의 주거 및 사무실을 담아내야 하는 적지 않은 공간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가는 분홍색으로 물든 마을풍경에 반해서 모서리가 찌그러진 이 작은 땅을 사버렸다.
대지의 장점
예쁜 모양의 땅은 아니지만, 서울 주택지에서는 보기 힘든 이웃한 집이 한 채 밖에 없는 프라이빗한 대지이다. 대지의 서쪽은 아차산 끝자락이 마주하고, 남쪽은 경사가 있는 5미터 도로, 동쪽은 넓은 12미터 도로가 면하고 있다. 주변도로의 경사를 활용해 사무실 입구는 지상 1층에, 주거 입구는 넓은 도로에 면한 지하 1층 주차장에 각각 배치해 원하던 사무공간과 주거의 완벽한 분리가 실현됐다.
작은 주거면적을 차경과 공간감으로 풀어냄
30평 대지에 가득 담을 수 있는 한 층의 면적은 18평. 일조사선을 적용받는 3~4층의 면적은 11평에 머무를 정도로 작다. 협소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부모님 세대인 2층은 들어서면 마주하는 거실창의 벚나무 가로수로 시선을 닿게 해 더 넓게 느껴지도록 했다. 자녀 세대인 3~4층은 대지의 찌그러진 모서리 형태 때문에 디자인된 곡선 벽체 쪽의 계단과 오픈 공간을 계획해 수직적인 공간감이 수평적 공간의 넓이를 크게 체감하도록 했다.
보행자의 시선을 고려하다
건축가는 보행자의 시선에 들어오는 교차로쪽 외관이 대지의 형상을 따라 날카롭게 보여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몇개의 반경 곡면들이 온화하게 보행자의 시선에 마주치며, 보여지는 건물의 이미지가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건물 정면의 큰 프레임은 건물 뒤편에 있는 산을 공유한다. 또한 저층부의 다른 반경의 곡면은 처마를 만들어내 보행자가 잠시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다. ‘온재’의 이름처럼 건물의 안과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는 집이 되길 바란다.